"당장 외부인 출입 금지해라"…학교가 무서워진 학생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에서 열린 긴급 공청회에서 학생들이 임선양 학생처장에게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학내에서 발생한 '알몸촬영남' 사건에 대해 학교 측의 대응이 미진하다며 재발 방지 대책과 학내 보안 강화를 촉구했다. /사진=뉴스1

#대학교 캠퍼스엔 학생, 교수님 등 학교 관계자가 전부일 거라 생각했던 신입생 A씨(19). 입학 후 찾은 캠퍼스는 A씨의 상상과 사뭇 달랐다. 견학을 온 중·고등학생들, 운동 나온 동네 주민들, 혼자 걷는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유사종교 포교자들까지. 캠퍼스 안 '외부자'는 적지 않았다. 강의실까지 들어와 토익강의, 공연 등 회원권을 파는 방문판매자도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부 사람이 과방 컴퓨터를 훔쳐 갔다'는 등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A씨는 "외부인이 많아 불안한 마음에 선배에게 물었더니 '다른 캠퍼스도 다 그렇다'고 했다"고 말했다.


'동덕여대 알몸남' 사건을 계기로 외부인의 대학교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금 커지고 있다. 캠퍼스 내에서 외부인에 의한 사건·사고가 반복되고 있어 학내 보안을 강화하고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는 등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부인 출입 통제가 '개방', '공유' 등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반대편의 지적도 잇따른다. 이를 두고 학생과 학교 간 입장차도 뚜렷해 합의에 이르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게 학교냐"…반복되는 캠퍼스 속 '범죄'에 불안한 학생들

대학 캠퍼스 내 외부인 범죄는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동덕여대에서는 한 남성이 나체로 음란행위를 한 사건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지난 6일 식당 아르바이트생 박모씨(28)가 자신의 SNS에 알몸으로 동덕여대 강의실과 복도 등을 돌아다니며 음란행위를 하는 사진과 영상을 게시한 것.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동덕여대 불법 알몸 촬영남 사건. 여성들의 안전권 보장,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오며 논란이 커졌다.


'동덕여대 알몸남' 박씨는 지난 15일 경찰에 체포됐지만 동덕여대 학생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박씨의 SNS 계정을 알린 동덕여대 재학생은 "사진 촬영 장소는 강의실, 화장실, 정수기 등 학교 내부 곳곳이다"며 "불법 촬영 카메라를 설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많은 이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8월에는 서울대 여자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를 찍은 고등학생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와 유사한 사건은 지난 5월 한국해양대에서도 발생했다. 한 고등학생이 캠퍼스 내 도서관 1층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밀었다가 발각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계속되는 외부인 범죄에 이들의 출입을 통제해야 한다는 학생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대부분 대학은 도서관, 열람실 등을 제외하면 출입 통제 기능이 따로 없어 누구든 쉽게 건물에 출입할 수 있기 때문. 동덕여대 재학 중인 이모씨(21)는 "이번엔 음란행위에서 그쳤지만 다음엔 학생들을 노리는 더 심각한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학교가 무서워졌다"며 "캠퍼스 출입 자체를 막을 수 없다면 당장 건물 출입이라도 통제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학교 측에 외부인 출입 통제 등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했다. 지난 15일 서울 성북구 학교 본관 앞에서 진행한 필리버스터에서 총학생회 관계자는 "학교는 불법 촬영 점검, 카드키 도입으로 학내 보안을 강화하고 외부인 출입을 통제해야 한다"며 "우리는 안전한 학교에 다닐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음란행위와 성추행 등 각종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여대생들 사이에선 캠퍼스에 남성 출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화여대 재학생 전모씨(25)는 "몇 년째 남자들의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재학생들의 주장이 학교 커뮤니티 등을 통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며 "이번 동덕여대 알몸남 사건을 계기로 학교 캠퍼스에 남성 출입을 금지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외부인 범죄'에 몸살 앓고 있는 대학, "딱히 막을 방법은…"

범죄 공포에 학생들이 '외부인 출입 전면 통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대학 측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학이 사유지가 아닌 공공시설이라 출입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것. 한 수도권 사립대 관계자는 "국립대뿐만 아니라 사립대에도 '국가, 지자체 재정 등 사회적 비용으로 만들어졌으니 도서관 등을 개방하라'는 지역사회의 압박이 있다"며 "대학교를 학생들만의 공간이나 사유지가 아닌 공공시설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부인 출입 통제는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것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4년부터 시작된 '담장 허물기' 사업 등 경계를 없애 지역사회와 함께하려는 대학의 노력에 반하는 조처라는 것이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캠퍼스는 학생뿐 아니라 다른 사회 구성원들도 방문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외부인의 통제를 제한할 수 없다"며 "대신 저녁 시간 외부인을 통제하고 중앙상황실에서 CCTV를 통해 교정을 살피는 등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덕여대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우선 외부인의 건물 출입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동덕여대 측은 입장서를 통해 "학생들의 안전한 대학 생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취악시간대 순찰 강화, CCTV 확대 운영, 외부인 건물 출입 통제 강화 등 단속 대책을 실시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대학은 공공재로, 지역사회에서 그 역할을 해야 하지만 그것은 모두 학생의 안전이 보장되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이에 학교는 외부인 출입 규정을 신설해 보안을 강화해야 할 것이며 이 과정은 학생과의 협의를 통해 이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