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보육교사 억울함 풀어내라"… 맘카페 뒤늦은 추모

/사진= 이미지투데이

아동학대 의심을 받은 30대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교사가 신상이 공개돼 마녀사냥 당하고 학부모에게 갑질을 겪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억울함을 풀어야 한다는 여론의 성토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동학대로 오해 받던 교사가 자살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해당 청원에서 "아동학대도 아니었고 부모와 오해도 풀었으나 신상털기 악성댓글로 목숨을 버렸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작 해당카페는 고인에 대한 사과나 반성 없이 관련글이 올라오면 삭제하기 바쁘다"며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을 중의 을' 보육교사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촉구했다. 16일 오전 9시30분 현재 해당 청원은 3만8464명이 참여했다.

/사진= 청와대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해당 청원은 최근 보육교사 A씨(38)가 사망한 사건이 알려지며 촉발됐다. 지난 13일 A씨는 김포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A씨의 주머니에는 '내가 짊어지고 갈 테니 여기서 마무리 됐으면 좋겠다. 어린이집과 교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달라. 미안하다' 는 내용의 유서가 들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당시 아동학대 가해자로 몰려 고초를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3년 간 함께 근무했다던 동료 교사의 글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1일 어린이집 가을 나들이 직후 한 순간에 아동학대 가해자가 됐다. 지역 맘카페에 '교사에게 안기려 한 아이를 밀치고 돗자리를 털었다'는 글이 올라왔기 때문.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한 A씨의 실명과 사진 등 신상은 순식간에 맘카페로 퍼졌고 A씨는 이유 없는 마녀사냥에 시달려야만 했다.

동료 교사에 따르면 정작 A씨와 밀쳐진 것으로 알려진 아이의 부모는 아무 문제 없이 사고를 원만히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아이의 이모에게 갑질을 당하기도 했다. 동료 교사는 "원장과 부원장, 그리고 A씨가 무릎꿇고 울며 사죄했지만 (아이의 이모가) 소리를 지르며 A씨에게 물까지 뿌렸다"고 전했다.

아이가 숨진 김포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교육을 받았다는 학부모가 남긴 글.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결국 시달림을 견디지 못한 A씨는 자신이 거주하던 아파트 옥상에 올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유서에 홀로 남게 된 어머니와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유서를 남겼다.


A씨는 맘카페에서 이뤄진 마녀사냥과 반대로 실제 학부모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보육교사였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숨진 A씨가 아이의 담임이었다고 밝힌 학부모는 "아이가 엄마보다 더 좋아하던 선생님이었다. 나들이에서 있던 상황이 아동학대라면 본인은 수없이 심한 학대를 하며 아이 둘을 키워왔다"며 "더 이상 선생님처럼 억울한 죽음이 없기를 바란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숨진 보육교사의 아동학대글이 올라온 김포 한 맘카페의 모습. 16일 오전 현재 추모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사진= 김포 맘카페 캡처

이 같은 상황에서 여론몰이식 온라인 마녀사냥과 갑질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직장인 이모씨(27·여)는 "숨진 교사가 잘못한 것도 없지만,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무턱대고 신상을 털고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김모씨(33)는 "정확한 사실 확인도 없이 비난을 일삼는 것은 폭력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누리꾼 ddol****은 관련 기사에서 "포털 맘카페 다 없애야 한다. 갑질문화의 온상이다"라고 거세게 비판했고 누리꾼 koy9****는 "아직도 우리 문화가 멀은 것인가. 아니면 개인적 스트레스를 이렇게 푸는 것인가"라며 자조 섞인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한편 숨진 A씨의 신상이 퍼지고 비난이 이어진 김포 지역 맘카페에는 현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내용의 추모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지난 15일 "A씨에 대한 신상털기 등의 글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