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로 끼니 때우던 '폐업 CEO' 재창업 성공비결은

이희장 씰링크 대표. / 사진제공=씰링크

# 이희장 씰링크 대표(54‧사진)는 1997년 신원기계부품 설립 후 성장에 매진하던 중 2010년 관리부장 A씨의 일탈로 위기를 겪었다. A씨가 회삿돈을 개인 용도 등으로 사용하며 회사 부채가 급격히 증가한 것. 이 대표는 채무를 갚기 위해 공장과 사무실 등을 매각하면서 사업을 포기했고 수돗물로 끼니를 때우는 생활고도 겪었다.


이 대표는 절치부심 끝에 2014년 씰링크를 설립하고 재창업에 도전했다. 27년간 특수기계 분야에서 쌓아온 경력과 지식을 활용해 '무윤활 방식 회전축 밀폐장치'를 개발한 것. 이 장치는 석유화학 및 반도체 장비의 교반기(젓개) 등에 쓰이는 주요 제품이다. 기존 윤활 방식에 비해 폭발 우려가 적고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이 대표는 이 제품을 앞세워 미국, 영국, 독일 등 다국적 기업 3사가 독점하는 10조원 규모의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기술개발 및 시장진입에 성공하면서 포스코기술투자, 삼성벤처투자 등 벤처캐피탈 투자유치도 속속 이뤄졌다. 이 대표는 재창업 4년만인 올해 1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직 작은 규모지만 기술력을 끌어올려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이 대표는 "첫 번째 실패로 주저앉았다면 기술과 사업 노하우는 사라졌을 것"이라며 "2020년까지 밀폐장치 분야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2023년까지 국가대표 히든챔피언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특수기계용 밀폐장치 전문기업 씰링크가 16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18 혁신적 실패사례 공모전'에서 대상(중기부장관상)의 영예를 안았다. 중기부는 이날 씰링크를 비롯해 15명의 공모전 수상자를 발표했다.


최우수상(행정안전부장관상)은 한농환경의 백용기 대표(51)에게 돌아갔다. 백 대표는 삼우이엔지를 운영하며 제약회사 전문 리모델링 사업을 벌였으나 제약업계 침체로 2013년 폐업했다. 백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이듬해 과거 직원들과 의기투합해 한농환경을 설립했다. 한농환경은 유기폐기물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 장비와 시스템 사업으로 연매출 11억5000만원의 회사로 성장했다.

이외에도 강정완 공사박사 대표가 우수상(창업진흥원장상)을, 김원태 와이즈플래닛 대표, 김영호 어시스트엔터프라이즈 대표, 김덕규 스마트셋 대표 등 12명이 장려상을 수상했다. 상금은 대상 2000만원, 최우수상 1500만원, 우수상 1000만원, 장려상 300만원 등이다.

올해로 6회를 맞은 이번 행사는 재창업자의 실패 경험을 공유하고 재도전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상은 다음달 9일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리는 '재도전의 날' 행사에서 진행되며 주요 수상자의 재기 성공 사례가 소개될 예정이다. 또 재창업 토크콘서트, 상품기획자(MD) 상담회, 투자설명회(IR) 등도 개최된다.

중기부 관계자는 "실패와 재도전 사례를 공유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 것"이라며 "실패 없는 창업을 지원하는 한편 실패하더라도 재도전하는 환경 조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