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 회계지침에 행복한 고민 '임상 3상' 기업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 기자

연구개발비를 보수적으로 회계 처리해온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금융감독원의 회계지침을 3분기 보고서에 반영할지 검토 중이다. 새 지침대로 신약 임상3상 비용을 자산으로 처리해 영업이익을 개선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항암바이러스 '펙사벡'을 활용해 간암 치료제를 개발 중인 신라젠 (4,445원 ▼65 -1.44%)이 개발비 자산화를 고민 중이다.

신라젠은 그동안 연구개발비 전액을 비용으로 처리해왔다. 연구개발비 대부분은 글로벌 임상 3상에 투입됐다. 신라젠은 자산화를 전제했을 때 지난해 연구개발비 348억원 가운데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 190억여원을 자산으로 분류 가능하다고 파악했다. 이렇게 되면 190억여원 전액이 영업손익에 반영돼 지난해 영업손실이 506억원에서 310억원대로 줄어든다.

신라젠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 회계 처리를 하든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당장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며 "회계법인과 충분히 상의한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동아에스티 (69,100원 ▲300 +0.44%) 회계 부서도 최근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동아에스티 역시 연구개발비 대부분을 비용으로 털어왔다. 올 상반기만 해도 380억원 가운데 364억원이 판관비에 반영됐다. 상반기 말 현재 15개 임상 가운데 3상 중이거나 준비 중인 게 6개에 이른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연구개발비 자산화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올해까지는 지금의 회계방식을 이어가고 차후에 기준 변경 여부를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막대한 연구개발비로 실적 부담에 허덕여온 한미약품 (308,500원 ▼7,500 -2.37%)에도 좋은 기회다. 한미약품은 상반기 954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썼다. 이중 자산으로 처리한 건 107억원(11.2%)에 불과하다. 상반기 영업이익 462억원에는 연구개발비 비용 부담이 모두 포함됐다.

그러나 다수 임상 3상 프로젝트들을 자산으로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사노피와 개발 중인 글로벌 임상 3상 당뇨병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만 해도 올해 200억~300억원 임상비용을 한미약품이 부담한다. 내년에는 400~500억원, 2020년에는 600억~700억원이 예상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실적 개선 여지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다수 임상 2상을 마치고 3상을 준비 중인 크리스탈 (3,140원 ▼25 -0.79%)지노믹스, 제넥신 (7,040원 ▼110 -1.54%) 등 바이오 벤처들이 내년 회계기준 변경에 의한 실적 개선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실적 부담 때문에 무리하게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분류했던 기업들과 달리 묵묵하게 보수적 회계처리를 해온 기업에게는 새 회계지침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