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쉬셔요, 남은 몫은 우리가…" 분향소에 이어지는 발길

17일 오전 고(故) 김창호 대장의 모교인 서울시립대 대강당에 마련된 '2018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 산악인 합동 분향소'에 학교 교직원들이 조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히말라야 구르자히말 등반 도중 사망한 원정대원 5명의 합동분향소가 서울시립대에 설치되면서 이들의 넋을 기리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생전에 아름다운 모험을 이어갔던 고인들을 추모했다.


2007년 김창호 대장과 같이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인연이 있는 산악인 김홍빈씨(52)도 이날 분향소를 찾았다. 김씨는 "대수롭지 않게 잘 다녀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있을 수도 없는 일이 생겨서 가슴이 아프다"며 "다들 그동안 고생을 많이 해서 이제 조금은 쉬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이제 우리가 남은 몫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향소를 찾은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은 "김창호 대장님의 용감하고 아름다운 도전의 뜻을 분향소에서 후배들도 기릴 수 있을 것 같다"며 "김 대장은 졸업식에서 본인이 경험한 고난을 후배들에게 이야기해주는 등 학생들이 귀감으로 삼을 만한 분"이라고 말했다.

시립대는 김 대장이 평소에 사용하던 장비와 일기 등을 전시하는 추모전을 열고 그의 이름을 딴 기념강의실도 올해 안에 마련할 계획이다.

이날 오전 학교 안에 합동분향소가 설치되면서 김 대장의 후배인 시립대 학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날 같은 수업을 듣는 교통공학과 학생 20여명도 분향소를 찾았다. 오하영씨(20)는 "김 대장이 학교 선배이고 이곳에서 산악인의 꿈을 키웠다는 사실을 어제 알게 됐다"며 "지금 SNS나 커뮤니티에도 김 대장의 소식이 많이 올라오면서 더 많은 학생이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강당 앞을 지나던 박모씨(22)는 "뉴스를 보니 항상 도전 의식을 가진 선배였는데 이렇게 사고를 당해 아쉽다"며 "이곳에 분향소가 설치됐으니 수업이 끝난 후 찾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분향소에는 문재인 대통령,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등도 화환을 보내 고인의 넋을 기렸다.

17일 오전 고(故) 김창호 대장의 모교인 서울시립대 대강당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는 19일 낮 12시까지 운영된다. 김 대장은 서울시립대 88학번으로 이 대학 산악부를 통해 산과 인연을 맺었다. 19일 오후 2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합동 영결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원정대는 12일(현지시간) 히말라야 구르자히말산(7193m) 베이스캠프에서 강풍에 휩쓸려 급경사면 아래로 추락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김 대장을 비롯해 유영직(장비 담당), 이재훈(식량·의료 담당), 임일진(다큐멘터리 감독), 정준모 한국산악회 이사 등 5명이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5명 원정대원의 시신은 이날 오전 5시5분쯤 KE696 항공편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