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100%로 공정하게"…거세지는 수시 폐지 여론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숙명여자고등학교 정문으로 학생들이 지나는 모습. /사진=뉴스1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씨의 시험문제 유출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고교 내신 비리' 문제가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이를 두고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대학 입시제도 전면 개편을 요구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주로 내신과 학생부 위주의 수시 제도를 폐지하고 수능 점수로 대학에 진학하는 정시로만 진학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교육계에서는 내신 비리 관련 전수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인 A씨는 지난해부터 올해 1학기까지 딸들이 속한 학년의 기말·중간고사 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쌍둥이 자매의 성적은 1학년 1학기 때는 전교 59등과 121등이었는데, 1학년 2학기에는 이과 전교 5등과 문과 전교 2등으로 성적이 크게 올랐다. 심지어 지난 학기에는 문·이과에서 각각 1등을 차지했다.

숙명여고는 강남 8학군에 위치했으며 입시 명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쌍둥이가 전교 1등을 차지하자 재학생과 학부모를 중심으로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치열하게 공부하는 학생들이 모인 학교에서 그 정도로 급격한 성적 상승을 이루는 게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베리타스알파에 따르면 숙명여고는 2018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18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했으며, 이는 평준화 일반계 고등학교 중에서는 전국 3위에 해당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숙명여고', '수시 정시' 등의 단어로 검색을 한 결과다. 수시를 폐지하고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청원이 많았다. 주로 숙명여고 사건을 폐지의 근거로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숙명여고 사건을 예로 들면서 수시 전형을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조작과 비리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이유였다. 보통 학생부 종합전형 등 대부분 수시 전형은 교과 내신 성적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한 청원인은 "수시제도 없애서 학력고사처럼 정시로만 대입을 치르자"라며 "숙명여고 사태만 봐도 내신은 불신으로 가득하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비일비재하게 생길 수 있는 일들"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청원인은 "숙명여고 쌍둥이 사태에서 봤듯이 수시, 특히 학생부 종합전형은 비리를 저지를 개연성이 너무 크다는 게 증명됐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능 100%가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그는 "이재용 같은 다이아몬드 수저도 3수하게 만든 수능 100%, 정시 100%로 대입제도를 개편해주세요"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재수 등을 하지 않고 대학에 바로 진학했다고 알려져 있다.

'숙명여고 사건'을 다룬 기사에서도 수시 폐지를 요구하는 댓글이 많았다. /사진=포털 사이트 캡처

주요 포털 사이트의 여론도 비슷했다.

'숙명여고 사건'을 다룬 기사에서 누리꾼들은 "학력고사 시절로 돌아가자", "수능으로 일원화만이 공정성을 담보한다", "수시는 말도 안 되는 전형이다", "학생부 종합전형 비리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의견을 냈다.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회원들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관련 수시비리 전수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전국 모든 고등학교의 수시 비리 전수조사와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2018.10.16 /사진=뉴스1

교육계에서도 수시 전형을 비판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16일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공정모임)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 모든 고등학교를 전수조사해 또다른 내신 비리가 없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모임은 "현재 내신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수시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의 대입 비중은 80%에 이른다"며 "숙명여고 내신시험 유출 의혹은 곧 대입 근간을 흔드는 중차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내신을 엄격하게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진 숙명여고에서도 생겼다는 점에서 이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뿐 아니라 "교육부는 전수조사를 시작으로 내신 비리 근절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쌍둥이 자매는 지난 8일 피의자로 전환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 수사를 받는 중이다. 그러나 17일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쌍둥이 자녀 중 한 명이 재조사 중 통증을 호소해 입원했다. 이에 수사가 다소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