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故김훈 중위 JSA 의문사 영화 만들어도 돼"

/사진=뉴스1

1998년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의문사한 고(故) 김훈 중위를 다룬 영화 '아버지의 전쟁'에 대해 항고심 법원이 제작해도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유가족은 김 중위의 명예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제작을 반대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40부(수석부장판사 배기열)는 아버지의 전쟁 제작사인 무비엔진과 임성찬 감독이 영화를 촬영하고 상영할 수 있게 해달라며 제기한 항고를 받아들였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김 중위의 유족은 "허구의 사실을 창작해 김 중위의 명예와 사후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영화를 제작·상영할 수 없게 해달라는 취지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1심은 이를 일부 받아들여 영화 속 47개 장면을 제작·상영할 수 없게 했다.

제작진은 이에 불복해 항고했다. 제작진은 "영화는 허구성을 본질로 하는 창작물이므로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경우에도 역사적 사실을 가공·각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유족과 김 중위에 대한 중대한 훼손 행위가 없는 이상 예술·표현의 자유는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고심은 제작진의 주장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나리오 내용이 김 중위의 사망원인이 밝혀진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고 해도 김 중위의 명예나 사후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며 "사망 경위를 군 부조리와 연관된 것으로 창작·묘사했다고 해도 상업영화 제작에서 인정되는 예술·표현의 자유의 범주를 벗어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김 중위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명예 회복을 위한 노력에 사회적·제도적 측면에서 도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해당 영화가 진상 규명에 방해가 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중위의 명예가 훼손될까 우려된다는 유족들 주장에 대해서 재판부는 "영화 내용에 극적 허구가 포함돼 있음을 밝히고 있는 이상 김씨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 취지에 비춰볼 때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한 상업영화를 제작함에 있어서 흥행과 감동을 고양하기 위해 각색하는 것은 어느 정도 용인돼야 한다"며 "영화 내용이 김 중위 사건과 혼동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명예나 인격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