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로보어드바이저 2년 '아쉬운 수익률'…예·적금 수준

은행들이 AI(인공지능)로봇을 통해 자산을 관리하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운영한 지 2년을 맞은 가운데 수익률은 예·적금 이자 수준에 그쳤다. 다만 최근 증시가 급락하는 와중에 높은 손실방어율을 나타내 안정성은 입증했다는 평가다.

17일 금융권 및 코스콤이 운영하는 로보어드바이저테스트베드센터에 따르면 적극투자형 로보어드바이저 가운데 우리은행의 ‘로보어드알파파운트’ 1호와 2호는 2016년 10월17일 운용을 시작한 이후 전날까지 2년간 3.81%와 4.09%의 누적수익률을 올렸다. 이 기간에 신한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 ‘엠폴리오’가 운용하는 ‘디셈버 ISAAC펀드’의 누적수익률은 3.08%였다.


지난해 5월22일 운용을 시작한 KEB하나은행의 ‘하이로보’가 운용하는 ‘크래프트자산배분알파’는 약 1년5개월간 누적수익률이 0.42%에 그쳐 은행 예·적금 이자에도 못미쳤다. 올해 1월29일부터 운용한 KB국민은행 ‘케이봇쌤’의 ‘글로벌 공격투자형’은 지난 9월말 기준 가입자 평균수익률이 -1.2%였다.

지난 2년간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의 ‘ISSAC자산배분국내형’(15.12%), NH투자증권의 ‘QV글로벌자산배분’(13.57%), SK증권의 ‘SK-쿼터백ROBO1호’(11.22%), 키움증권의 ‘글로벌자산배분형RA’(9.27%) 등 자산운용사나 증권사 로보어드바이저에 비해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다만 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는 최근 한 달간 코스피지수가 7.47% 하락하는 등 변동성 장세에서 손실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에 우리은행 ‘로보어드알파파운트’ 1호와 2호가 각각 -0.91%로 은행, 증권사, 운용사, 자문사 등을 통틀어 성적이 가장 좋았고 신한은행의 ‘디셈버ISAAC펀드’가 -2.01%로 그 뒤를 이었다. KEB하나은행의 ‘크래프트자산배분알파’도 -3.40%로 코스피지수 낙폭의 절반 수준에서 선방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최근 한 달간 수익률은 2년 누적수익률이 높았던 디셈버앤컴퍼니(-2.77%) NH투자증권(-3.74%) SK증권(-4.27%) 키움증권(-4.31%)에 비해 양호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11.89%) 밸류시스템자산운용(-10.48%) 삼성증권(-10.21%) 템피스투자자문(-9.15%) 등 일부 증권사나 운용사와 비교해도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공통적으로 보수적인 은행 고객의 특성에 맞춰 고수익보다 잃지 않고 꾸준히 수익을 내는 데 초점을 맞춰 로보어드바이저를 설계한 점이 수익률 방어의 비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AI가 3개월마다 알아서 펀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데 시장 위험을 미리 인지하고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 상반기 투자비중이 높았던 신흥국 채권펀드의 투자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하이일드펀드 등 선진국 투자비중을 높인 전략이 유효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퇴직연금시장으로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확대하는 가운데 최근 급락장을 겪으면서 안정적인 운용철학은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수익률이 예·적금 이자 수준에 그치는 등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에 따라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잃지 않는 전략으로 운용하다 보니 상승장에서 수익을 많이 내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며 “TF(태스크포스)를 꾸려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에 전문가의 시장전망을 반영하는 등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