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C랩 외부 개방…5년간 500개 스타트업 육성

17일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서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 이재일 상무가 C랩 성과와 향후 운영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77,900원 ▲2,400 +3.18%)가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Creative Lab)을 외부로 개방한다. 지난 6년간의 C랩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5년간 500개의 사내외 스타트업 과제를 육성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관악구에 위치한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서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의 '국내 스타트업 육성 확대' 계획을 밝혔다. 향후 5년간 C랩을 통해 육성할 과제 500개 중 300개는 사외 스타트업 대상이고, 200개는 삼성전자 내부 임직원 대상이다.


이는 지난 8월 발표한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방안' 중 하나로, 혁신적인 예비 창업가와 스타트업을 발굴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국내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 강화에 이바지한다는 취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초기 3년은 삼성전자 임직원으로 하여금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도전하게 하는 문화 구축, 내부혁신에 의미가 있었다면, 이후 3년은 관계사나 외부 대학생이 참여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의 메카로 성장했다"며 "향후 5년을 고민하던 중 우리가 당면한 청년실업 문제를 C랩을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차원에서 C랩을 외부로 오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외 스타트업 신규과제 15개도 선발했다. 삼성전자는 지원 대상을 기존 모바일 분야에서 전체 IT 기술 분야로 확대했다. 또 2~3년차 스타트업뿐 아니라 아이디어만 있는 예비 창업자, 1년 미만의 신생 스타트업도 육성 대상으로 넓혔다.


그 결과 공모전에 지원한 331개의 스타트업 중 AI·헬스·VR/AR·핀테크·로봇·카메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15개 외부 스타트업이 선발됐다. 대학생 창업팀도 2곳 포함됐다. 선발된 회사는 △원거리 물체를 원격으로 가상 터치해 움직임을 인식하는 '브이터치' △유아용 발달장애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두브레인' 등이다.

17일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서 두브레인 최예진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 회사들은 다음달부터 서울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에 마련된 공간에 1년간 무상 입주해 회의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이밖에 △개발지원금 최대 1억원 △디자인·기술·특허 등 실질적인 창업을 위한 사내외 전문가 멘토링 △CES·MWC와 같은 해외 IT전시회 참가 기회 등을 지원받게 된다.

삼성전자는 기존의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서도 200개 스타트업을 키울 예정이다. 내년까지 지원할 예정이었던 육성사업을 2022년까지 3년 연장해 지방자치단체와 지속 운영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41개 스타트업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C랩을 통해 임직원들에 대한 지원도 이어간다. 향후 5년간 200개의 스타트업을 육성할 예정이다. 2012년 말 도입된 C랩은 현재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창의·혁신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저시력 장애인들을 위한 시각 보조 애플리케이션 '릴루미노',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의 눈이 돼주는 소형 열화상 카메라 '이그니스' 등은 착한 기술로 사회에 공헌한 대표적인 사례다.

C랩은 지난 6년간 228개 과제에 917명의 임직원들이 참여했으며, 총 34개 C랩 과제들이 삼성전자에서 독립해 스타트업으로 창업했다. 이들은 약 170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이달 말에는 전기차를 자동으로 충전하는 자율주행 로봇 '에바(EVAR)' 등 2개 과제가 새롭게 스타트업으로 독립할 예정이다.

이재일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 상무는 "C랩 프로그램을 우리 사회로 확대해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삼성전자와 협력이 가능한 스타트업들에게 파트너십 기회도 제공해 함께 성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 예비 창업자들도 적극 지원해 창업에 도전하는 문화를 확산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 위치한 C랩 라운지에서 C랩 과제원들이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