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채용비리 前인사부장 "청탁받고 서류합격"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검찰 수사관들이 올 6월11일 오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뒤 압수품 상자를 들고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채용비리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전직 신한은행 인사부장들이 각각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은행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인사부장은 혐의를 부인했고 그 전임 인사부장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 12부(정창근 부장판사)는 17일 오후 업무방해·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신한은행 전 인사부장 김모씨(52)와 이모씨(51)를 상대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김씨는 2013년 상반기~2015년 상반기, 이씨는 2015년 하반기~2016년 하반기 신한은행 채용 과정에서 인사청탁을 받고 90여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다.

이날 재판에서 김씨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한다"며 "다만 증거기록을 열람하지 못해 구체적인 의견을 차후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반면 조용병 회장이 은행장으로 지내던 2015년 3월~2017년 3월 중 인사부장으로 재직하던 이씨는 청탁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공소사실은 부인했다.

이씨 변호인은 "공소사실 전부를 다투는 입장"이라며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경우에도 검사의 주장 내용을 법리적으로 다투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씨 측은 "부서장 이상 임직원 자녀 등 외부 청탁을 받아 서류 합격을 시켜준 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면접 단계에서 엄정한 판단이 이뤄질 거라 믿었고 채용과정을 방해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실제 지원자는 면접에서 탈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자 고용법 위반 혐의 관련 "서류전형 당시 지원자의 나이를 기준으로 차별적으로 점수를 부여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나이에 따른 배점은 13%에 불과하고 최고점과 최저점 차이도 10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남녀 합격 비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한 혐의를 부인하며 "면접점수 상향 조정은 기계적으로 이뤄져 남성뿐 아니라 여성 지원자에게도 작용해 공소사실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사건 처리가 되지 않은 공범 피의자들을 10월 말 병합 기소할 예정"이라며 "아직 특정되진 않았지만 5∼6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씨와 이씨의 다음 공판은 11월 6일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