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환율조작국 지정 피해…G2 환율전쟁 대신 숨고르기(종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미국 재무부가 중국과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미-중 무역분쟁이 더 가속화하는 상황은 피했다. 미국과 중국이 다음 달 정상회담을 앞두고 환율전쟁까지 치닫지는 않고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미 재무부는 17일(현지시간)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독일, 스위스를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의 환율보고서를 발표했다. 미 재무부는 매년 4월, 10월에 주요 교역국 13개국을 대상으로 한 환율보고서를 내놓는다.


미 재무부는 교역촉진법, 종합무역법을 근거로 환율조작국을 지정한다. 환율조작국은 △현저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200억 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GDP 대비 3% 초과) △지속적인 일방향 시장개입(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지정된다.

한국은 환율조작국 세 가지 요건 가운데 대미 무역흑자, 경상수지 흑자 2개에 해당했다. 이에 따라 환율조작국 바로 아래 단계인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210억 달러다. 서비스수지 적자 140억달러를 포함하면 70억 달러다. 경상수지 흑자는 GDP 대비 4.6%를 기록했다. 대미 무역 흑자, 경상수지 흑자 수준은 모두 지난 4월 환율보고서 발표 때보다 낮아졌다.


미 재무부는 한국이 외환시장에 한 방향으로 지속 개입한다고 보진 않았다. 한국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매수개입, 올해 상반기엔 매도개입을 했다. 아울러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방안도 이번 미 재무부의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미 재무부는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정보 공개 결정을 환영한다"며 내역 공개가 투명하고 시기에 맞게 진행되는지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겠다"고 했다.

미 재무부는 또 한국 정부를 향해 대외불균형 해소를 위해 내수 확대가 중요하다고 정책 권고했다. 한국 정부가 확정적으로 편성한 2019년도 예산안은 바른 정책 방향이며, 내수를 지지하기 위한 정책 여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도 관찰대상국을 유지했다. 중국은 환율조작국 요건 중 대미 무역흑자 1개 요건만 해당했다. 미 재무부는 대미 무역흑자가 과다할 경우 다른 환율조작국 요건은 해당하지 않더라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다.

이번 결정은 다음 달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되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환율 지정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거듭 말한 데다 미-중 무역분쟁도 확대됐기 때문이다.

미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지만 메시지 강도는 셌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환율보고서에는 지난번과 달리 중국에 대한 분석량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은 성명서를 통해 "중국의 환율 투명성 부족과 최근 통화약세는 특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미 재무부는 앞으로 6개월 간 이번 결정에 대해 주의 깊게 점검·검토하고 중국 인민은행과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내년 4월 환율보고서 발표 전까지 중국의 대응을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