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디지털·글로벌' 새판…아모레 대대적 인력·조직 개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디지털'과 '글로벌'을 키워드로 대대적인 조직개편·인사발령을 단행한다. 많게는 수백 명의 임직원이 디지털, 글로벌 관련 부서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회사는 대규모 조직개편·인사이동을 예고했다. 사내 인사이동 지원 제도인 '커리어 마켓'에 '빅'(Big)을 붙여 '빅 커리어 마켓' 공고를 띄웠는데 대상자가 세자릿수(000명)다.


업무분야는 △디지털 △글로벌 △TR(면세) 및 글로벌TR △마케팅이다. 22일자로 주요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빅 커리어 마켓' 결과에 따른 정기 인사는 이르면 다음달에 낸다.

아모레퍼시픽은 매년 수시로 '커리어 마켓'을 여는데 이번이 최대 규모다. 인원이 필요한 부서에서 한자릿수(0명)로 지원받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또 아모레퍼시픽 직원이 상반기 기준 5837명(기간제 근로자 포함 6175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규모 인사다.

이번 인사는 서 회장이 수차례 언급한 두 가지 키워드 '디지털'과 '글로벌'을 중심으로 새판을 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 회장은 임직원을 만난 자리에서 "디지털 뷰티 컴퍼니를 만들고, K-뷰티를 넘어 '아시안 뷰티'로 걸음을 옮기자"고 강조했다.


디지털 조직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전문가 박종만 전무가 이끄는 '디지털전략유닛'을 중심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디지털전략유닛은 박 전무 영입과 동시에 올 들어 유일하게 신설된 조직이다. 박 전무는 옥션 전략총괄부사장, 네이버 비즈니스플랫폼 이커머스본부장, 캠프모바일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디지털전략유닛 아래엔 아모레퍼시픽 공식 온라인몰 'AP몰'을 전담하는 부문이 신설된다. AP몰은 올해 들어 매출이 30%, 고객 수가 38% 증가하는 등 성장세다. 아모레퍼시픽은 AP몰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클레어스, 머지, 데싱디바 등 타사 브랜드를 입점시키기도 했다. 타사 제품을 꾸준히 늘려 연내 10개의 외부 브랜드를 취급할 예정이다.

해외사업 성장세에 힘입어 글로벌 및 면세 담당 인력도 강화한다. 현재 글로벌 업무는 각각의 브랜드와 해외법인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이를 총괄하는 조직은 따로 없다. 올 상반기 아모레퍼시픽 해외사업 매출은 9776억원으로 국내 매출(1조8186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정도로 늘었다. 이 기간 해외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10.4%, 17.7%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국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8%, 21%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아모레퍼시픽 내부에서는 대규모 인사이동을 앞두고 뒤숭숭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조직이 신설되고 통합되는 과정에서 방문판매, 마트 등 전통적인 유통채널을 담당했던 인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조직 개편 방향이나 실제 이동 규모는 정해진 바가 없다"며 "'빅 커리어 마켓' 취지는 회사가 중요한 성장 포인트로 삼은 '디지털'과 '글로벌' 분야에서 역량 있는 직원에게 업무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