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언론인 암살 불똥 튄 소프트뱅크…"두번째 비전펀드 없을 수도"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운데)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오른쪽)./AFPBBNews=뉴스1

일본 소프트뱅크의 두 번째 비전펀드 설립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비전펀드 최대 투자자인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최근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의혹의 배후로 지목된데 따른 것이다.

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르셀로 클라우레 소프트뱅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날 "차기 비전펀드가 설립될지 확실하지 않다"면서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우디 사태를)근심 속에 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진행되는 방향에 따라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우디의 빈 살만 왕세자는 비전펀드의 최대 투자자인 사우디 공공투자펀드(PIF)의 대표이다. 지난해 5월 공식 출범한 비전펀드의 당초 자금유치 목표액은 1000억달러로 PIF는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50억달러를 출자했다.

FT는 "사업가들이 사우디 측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면서 "기업들이 사우디 자금인 비전펀드의 투자를 거부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그룹 회장은 "PIF의 버진그룹 투자 논의를 보류하겠다"고 밝히며 "(암살 혐의가)만약 사실이라면, 서방세계의 그 누구도 사우디 정부와 거래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 5월 "비전펀드에 참여한 기존 투자자들이 투자 결과에 만족하며 새로운 비전펀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가까운 미래에 확실히 설립될 것"이라고 밝혔다. 빈 살만 왕세자도 지난 3일 "우리는 첫 투자로 엄청난 이익을 얻었다"면서 "(두 번째 펀드에)450억달러를 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과 2주 만에 새로운 펀드 구성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다국적 금융기업 BNP 파리바의 마나 나카조라 수석 신용분석가는 "소프트뱅크가 사우디의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추가자금을 유치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후 성장전략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비전펀드는)투자한 회사의 주식이 오르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라면서 "사우디 리스크로 관련 주식이 하락한다면 심각한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