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DSR 기준 왜 70%로 잡았나..산정방식도 바꾼다

정부가 고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관리기준을 70%로 정한 이유는 현재 적용 중인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DTI(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60% 규제수준을 감안해 대출자의 급격한 대출 거절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또 DSR을 산정할 때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 납부내역을 감안해 직장 가입자의 소득인정액을 확대하는 등 소득과 부채 산정방식을 정교화했다.


◇고 DSR 기준, 왜 70%로 정했나=정부가 DSR 관리 기준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가져갈지는 시장의 관심사 였다. 고 DSR 기준을 어느정도로 정하고, 고 DSR 기준을 넘는 대출비율을 어디까지 허용하냐에 따라 대출 가능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지난 6개월 시범운용 기간에 DSR 100% 이상에 대해 관리 했는데 기준이 지나치게 느슨해 규제효과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가 고 DSR 기준을 70%로 정한 가장 큰 이유는 현행 DTI 규제 비율을 고려한 측면이 크다. 현재 수도권 등에서 주담대를 받을 때 DTI 60% 한도의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DSR 관리 기준을 60% 정도로 정하면 기존 주담대 대출자들이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없어 급격한 신용경색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현재 DTI는 투기·과열지구는 40%, 조정지역은 50%고 그 외 지역은 60% 이내로 적용한다. 특히 지방은 DTI 규제를 아예 적용하지 않는 만큼 DSR 관리기준을 70% 아래로 두면 지방 소재 대출자 타격이 클 수 있다.


최저생계비가 중위소득의 30% 수준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소득의 30%는 최저생계비로 쓰고 나머지 자금을 대출원리금 상환 등에 쓴다고 가정하면 DSR 70% 이상이면 가계의 상환능력을 넘어선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출은 깐깐하게 관리하되 은행과 대출자에 큰 충격을 줘서는 안된다는 점도 감안했다. 6월말 기준 은행 대출 가운데 DSR 70% 이상인 차주는 전체의 23.7%다. 시중은행과 특수은행, 지방은행의 70% 이상 고DSR 관리비율을 15~30%로 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DSR 70% 초과 대출 비중은 시중은행 19.6%, 지방은행 40.1%, 농협은행 등 특수은행 35.9%다. 김태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지방은행과 특수은행의 특수성, 규제준수 부담 등을 감안해 차등화된 관리비율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직장인, 농어업인 인정소득 늘고 자영업자는 줄고=DSR은 연간 갚아야 할 전 금융권의 대출원리금(부채)을 연간 소득으로 나눠 계산하는데 부채와 소득을 어떻게 계산하냐에 따라 DSR이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관리기준을 제시하면서 소득산정 방식을 세부조정했다. 직장인의 경우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납부내역을 고려해 인정소득을 계산해 왔다. 기존엔 인정소득에서 5%를 차감하고 최대 5000만원까지만 소득으로 인정했으나 앞으로는 인정소득의 100%를 모두 실소득으로 계산한다. 또 소득 증빙이 어려운 농어업인도 농축산물소득자료 상의 작목별 소득정보, 어가경제중요지표상의 어업소득률 등을 감안해 인정소득을 계산한다.

자영업자는 기존보다 소득 인정액이 줄어든다. 자영업자들은 그동안 사업소득을 제출하는 식으로 소득계산을 해 왔다. 그런데 기업대출로 분류되는 자영업자 대출을 받는 사업자가 가계대출을 받을 때는 자영업자대출의 연간 이사 상환액만큼을 소득에서 빼고 계산해야 한다. 그만큼 대출에서는 불리해지는 셈이다.

DSR 적용 대상이 아니었던 전세보증금대출과 예적금담보대출, 유가증권담보대출 등은 이번에 추가된다. 전세보증금담보대출은 평균 전세기간이 3.6년이라는 점을 감안, 4년 분할상환하는 것으로 계산하고, 예적금담보대출은 최장 만기를 고려해 8년 분할상환으로 간주 된다. 다만 전세자금대출은 시범운용 기관과 동일하게 DSR 계산시 이자만 부채에 반영된다.

서민 실수요자 배려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협약대출, 국가유공자 대상 저금리대출 등은 신규 대출시 DSR 산정에 넣지 않는다. 사잇돌대출, 새희망홀씨, 300만원 이하 소액신용대출도 종전대로 DSR 예외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은행들이 소득을 보지 않고 비대면대출, 전문직 신용대출, 협약대출 등을 해 주면 나중에 DSR을 계산할 때 '패널티' 성격으로 300%를 무조건 적용해야 한다. 대출을 해 줄때 가급적이면 예외적용 없이 소득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다.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 2021년까지 5%대로=정부는 2021년말까지 은행별 평균 DSR을 시중은행 40%, 지방은행 80%, 특수은행 80%로 이내가 되도록 장기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당장 31일부터 관리기준이 적용되면 금융감독원은 매월 대출현황을 점검한다. 은행들은 3개월 단위로 관리기준과 비율을 준수해야 한다. 다만 가이드라인 성격인 만큼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제재는 받지 않는다.

김 국장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8%대로 제시했는데 DSR 관리기준을 도입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도별로 조금씩 줄인다면 2021년에는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명목 GDP 수준인 5%대로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