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정' 택한 한은, 11개월째 금리 동결(종합)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대내외 금리차에 따른 자본 유출 위험과 금융불균형 누적 등 금리인상 요인이 있음에도 물가와 경기 안정이라는 금리동결 명분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삼성본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0.25%포인트 인상된 기준금리가 11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다만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낸 금통위원이 이일형 위원 1명에서 고승범 위원 2명으로 늘어 다음달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였다.


연내 금리인상 시그널을 보낸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데는 부진한 고용사정과 경제성장 하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9월 취업자 수는 7월과 8월 1만명대 이하 참사에서 다소 벗어난 4만5000명을 기록했으나 고용 개선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부진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9월 1.9%로 목표수준인 2.0%에 근접했으나 올해 전체 상승률은 1.5%에 그친다.

또 한은이 금리인상에 주로 고려하는 물가 지표인 근원물가의 경우 1% 초중반대에 머물고 있다. 근원물가를 의미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의 9월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1.2%였다. 지난 4월 1.4% 이후 4개월 연속 하락세에서 반등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한은은 이날 발표하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2.7%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해 한은이 경기 하향 진단을 내리면서 당장 금리를 올리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고용 상황은 취업자수 증가규모가 소폭에 그치는 등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경제의 성장 흐름은 지난 7월 전망경로를 다소 하회할 것"이라며 "올해 경제전망을 기존 2.9%에서 2.7%포인트 하향조정하고 내년 경제전망도 2.8%에서 2.7%로 내린다"고 덧붙였다.

시장의 시선은 연내 마지막 남은 다음달 금통위에 쏠린다. 머니투데이가 지난 14일 채권시장, 거시경제 전문가 10명에게 금통위 전망을 물은 결과 10명 중 8명이 11월 금리인상을 전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월에 금리를 한차례더 인상할 것으로 보여 결국 한은이 연내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다는 관측에서다. 한은이 다음달 금통위에서도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한·미 금리차는 연말 1.00%포인트 까지 벌어지게 된다. 현재 미국의 금리는 연 2.00~2.25%로 우리나라 기준금리보다 상단이 0.75%포인트 높다.

또 일부 지역 부동산 시장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가계빚 증가 등 저금리에 따른 금융불균형이 심각해 더이상 금리인상을 미루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한은은 또 이날 오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다. 앞서 한은은 지난 7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2.9%로, 내년에 2.8%로 각각 0.1%포인트씩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