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호황기에도 죽 쑨 글로벌IB 韓 증권법인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글로벌 IB(투자은행)의 국내 증권 법인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토종 증권사가 올 상반기 증시 호황에 힘입어 역대 최대 이익을 거둔 상황에서도 외국계 증권사는 순이익이 절반 이상 급감하거나 적자를 면치 못하는 등 이름값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상당수 외국계 증권사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하는 등 부진한 성과를 거뒀다.

도이치증권은 순이익 6억원을 거두는데 그쳐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89억원)보다 93% 줄었다. JP모간증권도 순이익 235억원을 올렸지만 지난해 상반기(474억원)에 비해선 이익 규모가 반토막났다. 홍콩상하이증권은 올해 순이익이 5억원에 불과해 지난해(28억원)보다 81% 감소했다.

CGS-CIMB증권은 상반기에 25억원의 적자를 기록, 지난해(-30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는 상반기 순손실 18억원으로 지난해(-15억원)보다 손실이 더 커졌고 ING증권 서울지점은 상반기에 순손실 18억원을 기록, 적자로 전환했다.

3월 결산법인인 노무라금융투자는 6월 말(1분기) 순이익 28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80% 감소했다. 모건스탠리증권이 같은 기간 순이익을 57% 끌어올리는 등 선전했으나 대부분은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 기간 국내 55개 증권사 순이익이 전년대비 41% 증가하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이익을 낸 것과 대조된다. 실제 자기자본 기준 증권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는 올 상반기에만 순이익 3176억원을 거둬 지난해보다 62% 증가했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IB인 '빅5' 증권사가 자본력을 토대로 IB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갈수록 외국계의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계가 강점을 가진 대형 M&A(인수·합병) 시장이 줄어든데다 IPO(기업공개)도 수수료 인하 경쟁 등 수익성이 악화돼 사실상 철수한 상태"라며 "외국계가 국내 증권사에 비해 경쟁력을 가진 부분을 찾기 힘들 정도로 토종 자본시장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