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반대" 택시기사 7만명 광화문에…오후 들어 '시민불편'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택시 운행질서 확립 캠페인,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카카오가 도입한 카풀 서비스에 반발하는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 사진=뉴스1

택시 업계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 출시에 반발하며 18일 운행을 중단하고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광장에 모인 택시기사 7만여명(주최측 추산)은 한목소리로 생존권 보장을 요구했다. 이날 택시 파업으로 출근길 일대 혼란이 예상됐지만 우려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않았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단체 4곳이 결성한 '불법 카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전국 30만 택시종사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서울은 물론 부산·대구·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택시기사 7만여명이 참석했다. 택시기사들만 모인 집회로서는 2011년 택시의 대중교통 인정 여부를 둘러싼 집회 이후 최대 규모다. 경찰도 이날 집회에 경력 48개 중대(약 3800명 규모)를 배치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박권수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은 "카풀 앱을 이용하는 행위는 여객법의 법률 취지에 위배되며 자가용 증가 억제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카풀업체는 4차 산업이라는 미명 하에 국민들과 택시 가족을 농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달 16일 운전자용 카풀 애플리케이션 '카카오T 카풀 크루'를 출시했다. 카카오 카풀은 출퇴근 시간대에 자가용 운전자가 목적지가 같은 탑승객을 찾아 차에 태운 뒤 돈을 받는 서비스다.


이날 집회에는 여야 의원들도 참석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제 민주당에서 카풀 대책 TF(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며 "문제점과 처우 개선 방안 등을 택시 업계와 많이 의논하겠다"고 말했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택시기사들이 하루 12시간 고생하면서 영업하는데 카풀 앱을 허용하겠다는 정책은 정말 잘못됐다"며 "여러분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을 보니 정부에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집회에 앞서 식전행사에서는 택시기사 7명이 무대에서 머리카락을 삭발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광화문에서 집회를 마친 후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했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 진출에 반대하는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24시간 파업에 돌입한 18일 오후 서울역 앞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이날 택시 업계의 운행 중단으로 출근길 시민들의 불편이 생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큰 대란은 없었다. 출근길 시민들은 평소와 같이 택시를 이용했고,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은 평소보다 조금 붐비는 정도였다.

상당수 택시기사가 오전 영업을 한 뒤 오후 총파업 집회에 참석하기로 하면서 교통 혼란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박모씨(35)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택시 타고 출근했는데 잠시 기다리는 동안 빈 차만 2대 봤다"며 " 손님 태운 택시도 잠시 횡단 보도에 서 있는 동안 5대나 볼 정도로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회가 시작된 오후에는 서울역과 신촌·잠실 등 도심에서 택시 운행량이 줄어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특히 집회가 열린 광화문광장과 가까운 서울역에서는 택시가 정류장에 오지 않아 시민들이 길게 늘어서 한참 동안 택시를 기다려야 했다.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홍대 거래처로 이동하려던 직장인 강모씨(27)도 이날 오후 10분 넘게 택시를 잡지 못해 발을 굴렀다. 강씨는 "너무 불편해서 원만히 사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