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강화 여파…은행권 "신용대출 먼저 죈다"

#1. 2008년 11월부터 A은행에 마이너스통장 3000만원을 열어뒀던 직장인 B씨. 10년의 만기 연장 기한을 모두 채워 다음달 은행에서 새로 대출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은행 직원과 상담해보니 “마이너스통장을 이제 못 쓰실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연봉 4000만원인 B씨는 주택덤보대출(주담대) 3억원(만기 20년, 원리금균등분할상환, 금리 연 3.5%), 마이너스통장 3000만원(1년, 일시상환식, 4%), 자동차할부대출 2000만원(3년, 원리금균등분할상환, 4.5%) 등 총 3억5000만원의 대출이 있다. 한 해에 갚아나가는 대출원리금은 주담대 2088만원, 마이너스통장 420만원, 자동차할부대출 714만원이다. 마이너스통장은 대개 연장되는 만큼 10년 만기로 원리금 상환액을 계산한다. B씨가 한 해에 갚아야 할 돈은 모두 3222만원,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80.5%다. 정부의 고(高) DSR 기준인 70% 이하로 맞추려면 마이너스통장을 없애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2. 마이너스통장을 열어주지 않겠다는 A은행에 화가 난 B씨. ‘C은행에선 DSR 관리가 비교적 여유롭다더라’는 직장 동료의 말을 듣고 인근 영업점으로 향했다. 하지만 C은행에서도 거절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C은행 직원은 “지금은 월말이라 어렵지만, 다음달 초에 오시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알쏭달쏭한 말을 남겼다.

B씨가 이유를 묻자 은행 직원은 “고DSR 대출이라고 무조건 못하는 것은 아니고 본점에서 매월 전국의 고DSR 대출 한도를 관리한다”며 “이번 달은 이미 한도가 소진됐지만 다음달 초 본점에서 새로운 월별 한도를 부여할 때 심사를 넣으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정부가 은행의 고DSR 기준을 70%로 강화하면서 앞으로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주담대의 경우 LTV(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등으로 이미 관리돼 있기 때문에 신용대출 한도를 줄여야 DSR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특히 마이너스통장은 실제로 돈을 쓰지 않아도 한도가 잡혀있으면 DSR이 높아지기 때문에 다른 대출을 더 받으려면 해지해야 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DSR 관리 비율을 매월 점검하겠다고 밝힌 만큼 월별로 신용대출 한도를 정해놓고 집행해야 하는데 이 한도가 차게 되면 급한 돈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이 신용대출을 못 받게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만기가 돌아와 기간을 연장하는 경우가 아니라 추가 대출을 받는 경우 새로운 규제에 따른 DSR 산정이 필요해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시적인 자금 수요로 가계대출을 이용했던 자영업자 등도 대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자영업자나 중소상공인 중에는 매출이 들어오는 시기와 자금결제 시기가 맞지 않아 대출을 받고 일주일 정도 있다 갚기도 하는데 이같은 일시적 대출도 DSR 규제로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디지털 금융을 확대하기 위해 선보이고 있는 ‘모바일 비대면 대출’은 소득미징구대출로 분류돼 DSR이 무조건 300%로 책정되기 때문에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소득을 확인하지 않는 비상금대출 등이 DSR을 높이는 요인이 되면 은행으로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간 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주담대 금액이 소득 대비 상대적으로 커 DSR이 높은 지방은행도 앞으로는 소득을 꼼꼼히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그간 담보대출은 소득을 깐깐하게 따지지 않았던게 사실”이라며 “정확한 소득을 추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객관적인 소득 확인이 되지 않는 농민 등도 소득 확인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