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저유소 화재', 관리 부실 人災 잠정 결론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고양 저유소 탱크 주변에 방치된 건초더미. /사진제공=경기북부지방경찰청

7일 발생한 경기 고양 저유소 화재는 대한송유관공사의 관리 부실에서 비롯됐다는 경찰 조사결과가 나왔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18일 발표한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중간수사 결과'에서 "방재 시설 등 여러 분야에서 문제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탱크의 유증환기구 10개 중 1개에만 화염방지기가 설치됐다. 화염방지기는 모든 유증환기구에 설치해야 하는 화재 예방 장치다.

또 유증환기구에 설치된 인화방지망은 찢어지거나 틈이 벌어져 건초가 들어가는 등 제대로 화재 차단기능을 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탱크 주변에 풀이 자라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았고 예초한 풀을 그대로 두면서 불에 탈 수 있도록 방치하기도 했다. 탱크 주변에는 불이 붙지 않도록 가연성 물질을 제거해야 하는 원칙을 어긴 것이다.

틈이 벌어진 유증환기구. /사진제공=경기북부지방경찰청

경찰은 대한송유관공사의 부실한 인력 운용도 화재의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했다. 사고가 발생한 7일 근무자는 4명으로 이중 CCTV(폐쇄회로화면)가 설치된 통제실에는 1명만 일하고 있었다. 해당 근무자는 유류 입·출하 업무 등 다른 업무를 주로 하고 있어 안전 관리에 취약했다.

또 통제실에 설치된 화재 감시용 CCTV는 화면이 작아 잔디에 불이 붙은 것을 쉽게 인식하기 어려운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탱크 안에서 이상을 감지해도 경보음이 울리지 않고 경보 점멸등이 작동하는 시스템이라 근무자가 비상 상황을 인지하기 쉽지 않았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한송유관공사 경인 지사 관계자 5명을 소환 조사하고 시설·안전 등 관련 자료 27건을 확보했다.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소방 등 관계기관과 두 차례에 걸쳐 합동감식도 진행했다.

경찰은 풍등을 날린 근처 공사장 인부 스리랑카인 A씨의 혐의를 두고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 인과관계와 위험발생 예견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대한송유관공사의 부실관리 혐의에 대해 전문가 자문단에게 자문을 받아 자료를 분석하고 관련자를 소환하는 등 철저히 수사하겠다"며 "궁극적으로 미비한 제도를 개선하도록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