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둘 수 없어 같이 다니다가"…형제 사이였던 '장애인 폭행 영상'

서울 마포구 공덕오거리에서 CJ대한통운 유니폼을 입은 택배기사가 지적장애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다른 기사를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확산해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형제 사이로 밝혀졌다. /사진=뉴스1(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보배드림' 캡처)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택배기사 A씨가 지적장애인으로 보이는 다른 기사 B씨를 폭행하는 영상이 일파만파 퍼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직장 동료가 아닌 형제 사이로 확인됐다. 폭행한 택배기사 A씨가 동생이었다.


19일 서울 마포경찰서는 112신고 및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마포구 택배기사 지적장애인 폭행영상'을 확인, 폭행 혐의로 내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때린 사람이 동생, 맞은 이는 형"이라며 "19일 오전 중 두 사람 모두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날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마포구 CJ 택배기사 지적장애인 폭행 영상 공유합니다'라는 제목의 2분27초짜리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회사 유니폼을 입고 택배 물품을 옮기던 중 A씨가 B씨의 얼굴과 배 등을 수차례 가격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A씨는 입에 담배를 문 채 상대의 뺨을 때렸고, 이후 화물차에서 내려와 10여차례에 걸쳐 얼굴과 머리를 때리거나 발로 가슴을 차며 무차별 폭행했다.

그는 2분간 이어진 폭행에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 B씨를 화물차 짐칸으로 밀어 넣고 문을 잠그기까지 했다. 누리꾼들은 이후에도 화물차가 심하게 흔들렸다며 짐칸에서도 폭행이 계속됐을 것이라 추측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의 이모부는 "언어장애가 있는 노모가 혼자 집에 있는 상태에서 환청을 듣고 집에서 불놀이를 하는 형을 집에 둘 수 없어 동생이 데리고 다니며 일을 하는 것"이라며 "형의 이상 행동에 감정이 쌓인 동생이 사건 당일 폭발한 것"이라고 알려왔다.

경찰 관계자는 "각 진술 청취 및 사실관계 조회를 통한 이모부 전화 진술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상습 학대가 있었는지도 추가 확인한 후 우발적 범행일 경우 본인 및 법정대리인의 처벌 의사 여부를 확인해 사건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한편 이날 오전에는 보배드림에 자신이 영상 속에서 폭행을 범한 A씨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돌아가시고 가족은 오른쪽 마비로 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어머니와 장애를 가지고 있는 형, 이렇게 세 명"이라며 "형의 약과 어머니를 책임지기 위해 일하고 있다"며 "순간 너무 욱해서 폭력을 행사했다. 참아야 하고 더 감싸주고 보살펴줘야 하는 것도 알고 있는 제가 그랬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어머니가 영상을 보시게 되면 너무 가슴 아파 하실 것 같아 더 죄송스럽다"며 "분노를 잘 조절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형은 어머니를 설득해 입원치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