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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칠 듯 끌리는 사랑, 반복되는 일상을 견디는 사랑

[줄리아 투자노트]

줄리아 투자노트 머니투데이 권성희 금융부장 |입력 : 2018.10.20 07:31|조회 : 9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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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야마다 에이미의 소설 ‘A2Z’는 출판사의 편집자로 일하는 30대 부부가 각각 바람을 피다 서로에게 돌아오는 이야기다. 부인인 35세의 나츠미는 25세의 우체국 직원 나루오와 사랑에 빠진다. 개인적으로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나츠미의 입에서 무심결에 남편 이름이 나오자 나루오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지며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는 장면이다.

나루오는 당신은 나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데 나는 당신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며 당신도 나로 인해 많이 괴로웠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나츠미는 처음으로 나루오에게 자신의 남편과 가정사에 대해 담담히 말해준다. 이후 둘은 각자의 친구를 서로에게 소개해주고 더 많은 시간과 일상을 공유해나간다.

하지만 그들이 본격적으로 서로에 대해 알아가며 둘만의 세계에서 주변인으로 사랑의 범위를 넓혀 공유하는 일상을 확장하기 시작했을 때, 불륜일망정 서로에게 반짝이던 사랑은 빛을 잃어간다. 서로에게 익숙해지며 가슴 두근거리던 끌림이 잦아들자 매일이 그저 그런 일상만 남은 것이다. 둘은 반복되는 일상을 견뎌내기엔 너무 달랐다. 일과 취미, 가치관, 인간관계 등 둘만의 사랑을 벗어난 상대방의 다른 세상을 함께 하기엔 공감의 영역이 너무 부족했다.
미칠 듯 끌리는 사랑, 반복되는 일상을 견디는 사랑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도 서로에게 끌려 사랑하지만 각자의 일상에 녹아들 수 없어 헤어지게 되는 20대 젊은이의 이야기다. 대학생 츠네오는 여자친구 쿠미코의 하반신 불구를 평생의 일상으로 받아들이기가 버거워 사랑의 끈을 놓아버리고 짐짓 당당한 듯 보이는 쿠미코는 츠네오의 일상 속에 스며들지 못하고 잦아드는 사랑이 된다.

모든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은 아니다. 미칠 듯 끌리는 격한 열정으로 결혼했다고 그 결혼이 평생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사랑도 적응되기 때문이다. “적응은 어떤 일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상이다.”(서은국 연세대 교수의 ‘행복의 기원’) 그래서 모든 사랑은 식을 운명이고 유지되는 사랑은 뜨거움이 식은 뒤 일상의 적응을 견뎌낸 사랑이다.

가끔 ‘A2Z’에서 나루오가 쏟는 눈물, 사랑하는 상대방의 일상을 속속들이 알고 싶은 그 괴로운 사랑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막상 일상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게 됐을 때 헤어짐을 생각하는 그 사랑의 역설을 생각해본다. 결혼에 이르는 사랑, 수십년간 결혼을 유지하는 사랑은 뭘까 하고.

칼 필레머 코넬대 교수가 70세 이상 노인 1000여명과 인터뷰해 저술한 책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을 보면 인생을 오래 산 노인들이 결혼에 대해 권하는 첫째 조언은 끌리는 사람보다 공유하는게 많은 사람을 택하라는 것이다. 그들은 경험을 통해 “배우자와 근본적으로 비슷할 때 더 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비슷한 사람이 일상을 공유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돈을 헤프게 쓰는 사람은 그걸 이해해주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편하다. 푼돈에 신경 안 쓰고 포인트 적립 따위 안중에도 없는 사람이 10원 단위로 가계부를 쓰고 카드를 쓸 때마다 포인트 혜택을 따지는 사람과 산다면 속이 터지기 십상이다. 가정이 최고인 사람은 그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과 살아야 다툼이 적다. 입으로는 가정이 최고라고 하지만 직장에서 승진을 위해 자발적으로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야근이 없는 날은 사람들과 어울리느라 귀가시간이 늦는 사람과 결혼하면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흔히 하는 착각이 사랑하니까 저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랑의 열정이 일상 속에서 사라질 때, 마음에 안 드는 상대방의 모습을 평생 바라보며 견디는 것은 쉽지 않다. '결혼하면 바뀌겠지' 하는 생각도 오산이다, 최소한 20년은 쌓아온 사람의 성격과 습관, 가치관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수십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해온 노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그 사람이 사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결혼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결혼을 통해 배운 것은 절대 다른 사람은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이라고,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고등학생 아들을 바라보며 그 아이가 앞으로 겪을 마음의 끌림과 열정, 그로 인한 사랑의 환희와 좌절을 생각해본다. 그런 아들에게 난 “뜨거운 사랑도 다 식어. 너랑 비슷한 사람 만나 결혼해”라는 조언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아들은 내 말을 꼰대의 잔소리로 들을 것이다. 부모님의 연륜이 묻어나는 잔소리의 가치는, 자신이 몸소 부딪히며 세월이 지나야만 알게 되는 운명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오래 유지되는 사랑, 수십년간 결혼생활을 지속시키는 사랑은 마음의 끌림,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적응을 통해 사라지고 반복되는 일상이 오롯이 남았을 때 그 일상을 공유하고 견딜 수 있는 사랑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 사랑은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기 쉬운 비슷한 사람일수록 용이하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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