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데이터 공유, 오류 바로잡고 집단지성 더할 안전장치"

(왼쪽부터)얀니스 이오아니디스 그리스 아테네대학교 교수, 엘로이 로드리게스 포르투갈 민호대학 교수, 파올로 만기 이탈리아 피사대 교수/사진=KISTI

전세계 ‘오픈액세스(Open Access, OA) 주간’을 닷새 앞둔 17일, 국내에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주최로 ‘미래연구정보포럼 2018’이 열려 최근 유럽에서 추진 중인 ‘OA·오픈데이터’ 정책·제도 등이 대거 소개됐다. OA는 학술자료의 온라인 열람·다운로드·복사·인쇄·검색·배부 등의 권한을 누구에게나 허용하자는 운동이다.

특히 이번 포럼에서는 유럽 전체의 연구논문·데이터 리포지터리(저장·공유사이트)를 통합·연계한 플랫폼인 ‘오픈 에어(OpenAIRE)’ 프로젝트를 주도한 핵심인사들이 연단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이번 포럼에서 제시된 ‘데이터 중심 학술 생태계’ 동향을 살펴봤다.


◇데이터 공유로 투명성·신뢰성 확보…“국민 접근성도 확보해야”=오픈에어 프로젝트 총괄책임자이자 첫 기조 강연자로 강단에 오른 얀니스 이오아니디스 아테네대학교 교수는 “연구 데이터 공유는 연구의 효율성 뿐만 아니라 투명성·신뢰성를 확보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과학자들간 데이터 교류 과정에서 잘못되거나 오류가 있는 정보가 필터링된다는 얘기다. 이는 최근 ‘부실학회’와 ‘교수 자녀 논문 공저자 게재’ 등 비윤리적·부적절 연구행위로 홍역을 앓고 있는 국내 과학기술계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어 이오아니디스 교수는 “유럽연합(EU)의 과학연구 인프라를 연구하는 사람들과 관련 정치인들은 클라우드 방식의 실시간 데이터 공유를 지향한다”며 “7년 전부터 관련 펀딩을 통해 데이터 확대 폭을 차츰 넓혀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연구 데이터는 과학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앞으로는 기술정보와 연구자들 간의 연결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인 링크를 추가해 데이터 개방의 외연 확대를 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시티즌 사이언스’(citizen science, 시민 참여형 과학)에 기반한 것으로, 실제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선 전문가(과학자)-비전문가(시민)가 협업하는 연구가 느는 추세다. 난해한 연구과제 해결을 위한 ‘집단 지성’의 도움을 받기 위해선 무엇보다 연구 데이터를 과학자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접근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가간 OA 정책 상호보완…“연구데이터 관리 표준 가이드라인 마련”=엘로이 로드리게스 포르투갈 민호대학 교수는 ‘플랜S’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는 국가 및 유럽연구회의 공적 자금을 통해 나온 연구결과물은 2020년까지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OA학술지에 투고하거나 OA 플랫폼에 등록하도록 한 정책으로 유럽 연구위원회 산하 사이언스 유럽이 지난달 발표했다.

로드리게스 교수는 “OA 활성화를 위해 이미 많은 국가가 여러 가지 정책을 만들어 실험하고 있다”며 “국가별로 다른 OA 정책에서 좋은 점을 상호소통해 보완해 나간다면 OA 운동은 더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픈에어 기술 매니저이자 과학기술정보연구소(ISTI) 소속인 파올로 만기 피사대 교수는 검색·접근·재사용 등의 표준을 충족시킨 ‘페어(FAIR) 데이터’를 소개하며 “데이터 활용성 제고를 위한 품질관리 체계 등 연구데이터 관리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연구데이터 공유·활용을 위해선 데이터 기반의 연구커뮤니티 형성을 촉진하고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며 “연구 데이터 교류·협력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하라”고 덧붙였다.

한편, KISTI는 이번 행사기간 동안 그리스 아테나 리서치&이노베이션 센터(ARC)와 업무협약(MOU)를 맺고, 연구 논문 및 데이터 교환과 관련한 시스템을 연계하기로 했다. ARC는 데이터 처리 기술, 디지털데이터 큐레이션, 유통 정보시스템 등을 보유한 전문 연구기관이다. 최희윤 KISTI 원장은 “ARC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국가연구데이터공유플랫폼 개발 과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