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노사, 임금피크제 진입 시점 연장 방안 논의 '스타트'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은행권 노사가 임금피크제 진입 시점을 연장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산별교섭에서 1년 연장하되 은행별 노사간 합의로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했고 세부적으로 협의할 사항도 많아 노사는 벌써부터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KB국민은행 노사는 상견례를 갖고 2018년 임금 및 2019년 단체협약 협상을 개시했다. 다른 은행들도 조만간 임단협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올해 협상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임금피크제 도입 시점이다. 지난달 18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임금피크제 관련해 진입시점을 현행보다 1년 연장하되, 지부 노사간 합의로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산별교섭 합의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개별 노사의 협상 과정은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산별교섭 합의 사항에 대해 노사가 바라보는 시점이 다르다. 노측은 '1년 연장'에 방점을 두고 무조건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달리 정할 수 있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은행별로 임금피크제 진입 시점이 달라 일괄적으로 1년씩 연장하기도 어렵다. 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은 만 55세부터 임금피크제에 진입한다. 반면 SC제일은행과 부산은행 등 지방은행들은 임금피크제 진입 시점이 만 56세이고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씨티은행 등은 만 57세다.

노사가 임금피크제 진입시점을 연장하기로 합의하더라도 당장 내년부터 연장할지, 2020년부터 연장할지도 정해야 한다.

임금피크제 진입 시점만 바꾸면 끝도 아니다. 임금피크제 진입 시점을 늦추면 연도별 임금지급률이 달라져야 하는데 지급률을 어떻게 바꿀지도 노사가 합의해야 한다. 예컨대 국민은행은 임금피크제에 도입하면 5년간 총 265%를 지급하지만 KEB하나은행은 260%, 신한은행은 일반직의 경우 300%를 지급한다.

협상 과정에 난항이 예상되다보니 노사는 벌써부터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노측은 임단협 안건을 사측에 보내면서 가능한 빨리 협상을 진행하려고 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임금 지급률 외에도 보직 여부, 희망퇴직금 등 세부적으로 협의할 것이 많다"며 "은행별로 상황이 달라 임금피크제 진입 시점은 그대로 두고 희망퇴직금만 높이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