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운명, 대법원의 선택은?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위해 대법정에 착석해 있다. 이번 공개변론의 쟁점은 병역법 88조와 예비군법 15조의 '정당한 사유'에 종교 및 신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포함되는지 여부다.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를 통해 종전 판결 변경 여부를 최종 판단할 방침이다. 2018.8.3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변호사법에 따라 병역법 위반의 실형을 선고받은 백종건 변호사의 등록 신청을 다시 한 번 거부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16일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다가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백 변호사의 변호사 등록 신청을 거부했습니다. 변호사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의 변호사 등록 신청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변협은 이 규정을 들며 "심사위원 9명 중 5명의 거부의견에 따라 이렇게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사실 백 변호사가 변협에서 변호사 등록 신청 거부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택한 백 변호사는 지난 2016년 병역법 위반으로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했는데요. 6년여간 변호사로 활동했던 백 변호사는 이렇게 사법시험 합격자 중 첫번째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됐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5월 출소한 백씨는 변협에 변호사 등록 신청을 했지만, 지난해 10월 변협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들 힘들 것이라고 했지만 백 변호사는 변호사법 해석에 따라 변협의 재량권이 있다고 봤습니다. 변호사법은 변호사 등록을 신청한 자가 결격 사유에 해당하면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고 돼있을 뿐 '거부해야 한다'는 것은 아닌 만큼, 변협의 판단에 따라 가능하다고 판단한거죠. 실제 서울변호사회는 '적격'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6월 '대체복무제를 포함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백 변호사는 다시 한번 변협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헌재가 '대체복무제가 없는 것은 헌법상 맞지 않으니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군대 대신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겁니다. 하지만 끝내 변협은 백 변호사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변협은 이 결정을 알리며 "헌재 결정에 환영의 의사와 함께 대체복무제 도입필요성과 도입을 위한 논의를 조속히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번 같은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국회의 조속한 법 개정을 촉구한다"고 했습니다.

결국 '실정법상 어쩔 수 없으니, 입법부가 어서 법을 만들어 해결할 일'이라는 입장인 셈인데요. 일각에서는 변협의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그동안 변협은 양심적병역거부에 대한 대체복무 등 대안 제시와 이들을 처벌하는 병역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 왔습니다. 지난 6월 헌재의 결정이 난 뒤에도 환영 의사를 밝혔는데요. 막상 변협 앞에 사건이 들어오자 논란이 일 수 있는 판단은 피하고, 국회에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것 아니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전후로 법원에서는 이미 무죄 선고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고, 검찰 역시 기소를 멈춘 상태"라며 "그동안 인권을 말하던 변협이 막상 논란이 될만한 상황에 닥치니, 회피하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지난해 10월에는 '5대3'의 의견으로 등록 신청을 거부했지만, 이번에는 '5대4'로 찬성 의견이 한 명 늘었다는데서 조금은 변하고 있는 분위기가 읽히기도 하는데요.

변협은 실정법을 말하지만, 실제 일선 법원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병역법 위반 사건에서 무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급심이긴 하지만, 지난 2004년 첫 무죄 판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10여건에 달하는 무죄 판결이 나왔습니다. 지난 7월에는 대법원이 병역 거부로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된 김모씨의 보석 신청을 직권으로 허가해주기도 했습니다.

매년 수백여명의 젊은이들을 감옥으로 몰아넣었던 병역법에 조만간 대법원이 답을 할 예정입니다. 대법원은 오는 30일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에 대한 전원합의체 선고를 내릴 예정인데요.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결국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의 예외사례인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일텐데요.

헌재의 판단을 시작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감옥 이외의 선택지가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법이 만들어지기까지 갈 길은 아직 멀고, 지금 이 시간에도 자신의 신념과 병역의 의무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또 이미 재판에 넘겨진 수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이날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이들의 운명이 결정될 겁니다.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더 이상 신념을 이유로 감옥에 갈 걱정을 하지 않고, 다양한 신념을 가진 이들이 함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주는 사법부가 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