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천국' 한국, 배송비는 치킨 배달비 수준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추석을 앞둔 지난 18일 오전 서울 광진구 우정사업본부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추석명절 선물 및 택배물품들을 분류하고 있다. /사진=뉴스1

"소형 택배의 경우 배송비가 치킨 배달비보다 쌉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택배 물량은 23억개로 국민 1인당 연 46개의 택배를 받았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일본(1인당 30개)보다 많다. 시장 규모는 5조2000억원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7.9% 성장했다.

하지만 경쟁이 심화되면서 택배 운임은 오히려 줄었다. 2002년 평균 3265원이었던 운임는 지난해 2248원으로 30%가 줄었다.

최우석 CJ대한통운 택배사업본부장은 "소형 택배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가격이 1000원대"라며 "치킨 배달비보다 못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일부 치킨업체들은 배달 비용으로 2000원을 따로 받고 있다.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의 경우 택배 배송을 통한 수익이 3% 수준이다. 택배 운임으로 2300원을 받으면 택배기사(집배송)에게 1265원이 돌아가고, 962원이 물류 운영비로 쓰인다. 회사에게 돌아오는 몫은 73원에 불과하다.

택배 업계의 배송료 정상화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추진해왔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2013년 현대로지스틱스(현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단가 인상을 추진했으나 사실상 실패했다. 택배 업계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서다.

하지만은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 및 운영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도 만만찮다. CJ대한통운은 올 상반기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CL(계약물류)·택배 부문에서 256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했다.

택배기업이 통폐합되면서 경쟁도 완화됐다. 2000년대 초반에는 60여개의 택배업체가 난립했으나 현재는 16개로 줄었다.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우체국, 로젠 등 상위 5개 업체의 점유율은 85%에 이른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경쟁 심화로 택배 운임 인상을 시도하지 못했으나 최근 운임 인상을 위한 움직임이 보인다"며 "화주들도 택배 운임이 너무 싸다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