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동탄 비대위 "비리 사립유치원, 제발 반성하길"...발언 때마다 '울컥'

사립유치원 비로 학부모들의 공분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비리가 불거진 동탄지역의 학부모들이 경기 화성시 동탄센트럴파크 앞에 모여 21일 집회를 열었다. 집회 시작 전 집회현장./사진=오세중 기자

"저는 동탄유치원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입니다. 제가 든 것이 보이나요? 이건 감자입니다. 감자. 썩은 감자입니다. 비리 유치원에서 우리 아이들이 먹는 급식에 들어간 것이 이 썩은 감자였습니다. 사과도 보이시나요? 이 보통 파는 사과보다 훨씬 작은 사과로 저희 아이들은 주변 친구들 여럿과 나눠먹었습니다"

두 자녀의 아빠인 장성훈 동탄비대위원장은 집회에 모인 학부모들 앞에서 첫 인사 중 비리 급식의 실태를 언급하며 울컥해 눈물을 보였다. 이에 현장에 모인 학부모들은 "울지마, 울지마"를 연신 외치며 힘껏 함께 싸워나갈 것을 다짐했다.


최근 사립유치원 비리로 학부모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비리가 불거진 동탄지역의 학부모들이 경기 화성시 동탄센트럴파크 앞에 모여 '비리 근절'을 위한 집회를 21일 열었다. 이날 집회현장에는 '아이들은 새싹'이라는 의미에서 녹색 풍선을 든 동탄 학부모들 500여명 이상이 모여 비리유치원을 성토했다.

장 비대위원장은 "이날 첫 집회를 하지만 우리는 비리 유치원들이 반성하지 않는다면 다시 목소리를 계속낼 것"이라며 "비리유치원 원장과 소유주들은 제발 교육자로서 반성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과 입학시스템인 '처음학교로'도입을 해달라"고 말했다.


또, "비리유치원을 보내고 싶지 않아도 보낼 수 밖에 없는 워킹맘이 대부분"이라며 "국공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확대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권의 움직임도 개선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바뀌는 것이 없어 만족스럽지 않다"면서 이번 기회에 비리유치원 근절을 위한 법개정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날 발언대에 두 아이의 엄마라고 소개한 임모씨는 "당장 우리 아이들이 다닐 유치원이 정상적이고, 안전하면 좋겠다"며 "유치원이 투명해질 수 있도록 정부가 시스템을 도입하고,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많은 국공립 유치원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치원에 다니는 한 아이의 엄마라고 밝힌 김모씨는 "사립 유치원이 교육기관인지 단순 자영업자인지 모르겠다"며 "법도 필요없고, 이 법 저 법 상관 없다고 하는데 비리유치원들이 법과 규칙과 무관하다고 계속 주장한다면 그것부터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발언대에 오른 학부모들은 계속 정부의 대책 요구를 강하게 주장하면서도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담담하게 설명하다가 끝내 눈물을 보이며 말을 이어가지 못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비리유치원은 자기들 배속을 채우지 말고, 아이들 배를 채워라', '너 백은 너 돈으로 사라. 성인용품 왠 말이냐', '교육은 교육공간에서, 사업은 사업장에서 해라. 도둑질을 그만해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비리사립유치원에 대한 울분을 토했다.

동탄비대위와 학부모들이 이날 집회에서 요구한 것은 △유치원입학시스템인 '처음학교로' 도입△사립유치원에 '에듀파인' 국가회계시스템 적용 △국·공립유치원 확충과 단설유치원 신설 등 세 가지다.

그러나 이런 계속된 정부와 학부모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은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적용을 사실상 거부했다. 또 정부의 거듭된 촉구에도 유치원 원서접수와 추첨을 인터넷으로 하는 '처음학교로' 적용도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전체 원아의 75%가량을 받고 있는 사립유치원이 정부와 힘겨루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공립유치원 확대 방안에 반발했던 지난해처럼 '집단휴업' 카드를 내밀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 비대위원장은 '만일 사립유치원이 집단휴원을 하게 된다면 어떤 대책이 있냐'는 질문에 "솔직히 구체적으로 대응할 방법은 없다"면서도 "이번 비리유치원 근절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이 유치원입학관리시스템인 '처음학교로' 사용이 저조한 사립유치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재정적으로 차등 지원 방안 등을 실시할 방침이다. '처음학교로' 참여를 거부한 사립유치원에게 행·재정적 조치는 물론 내년도에 감사를 미도입 유치원부터 우선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인터넷 입학관리시스템인 '처음학교로'를 도입한 사립유치원은 2.8%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