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美 핵조약 탈퇴 매우 위험…탈퇴시 보복"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교차관. /AFPBBNews=뉴스1

러시아 정부가 미국의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파기 선언을 "매우 위험하다"며 정면 비판했다.

21일(현지시간) 현지매체 스푸트니크에 따르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미국의 INF 탈퇴를 놓고 "국제 안보 영역에서 러시아가 양보하라는 협박"이라면서 반발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러시아는 INF를 위반하지 않았다"면서 "미국이 자신의 위반 사실을 숨기려고 러시아를 지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INF 탈퇴는) 매우 위험한 결정"이며 "국제사회가 이해하기 어려운 규탄 받을 선택"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미국이 조약에서 탈퇴한다면 러시아는 군사활동을 비롯한 여러가지 보복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네바다주 엘코의 유세현장에서 "모스크바(러시아 정부)가 합의를 위반했다"면서 INF 파기를 선언했다.

INF는 1987년 미국과 소련이 체결한 조약으로, 사거리가 500~5500㎞인 핵탄두 장착용 중·단거리 지상발사 미사일의 생산 및 보유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양국이 3년 간 미사일 2692기를 폐기하는 등 INF는 냉전 시대 군비 경쟁을 종식시킨 조약으로 꼽힌다.

하지만 양측은 서로가 이 조약을 위반했다며 문제를 제기해왔다. 미국은 2014년에 러시아가 지난 2008년 실시한 순항미사일 실험이 INF 위반이라고 주장했고, 올해 2월에는 러시아의 순항미사일 실전 배치가 조약 위반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러시아 측은 미국이 유럽에 구축한 미사일방어망(MD)체제가 INF 위반이라고 주장해왔다.

미국의 INF 탈퇴가 현실로 되면 양국을 중심으로 한 신냉전 구도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과학자 연맹의 한스 크리스텐센 원자력정보사업 대표는 "계약이 파기되면 미사일 경쟁이 세계 각지에서 시작될 것"이라면서 "각국이 무기를 배치하고 이에 대항하기 위해 또 무기를 배치하는 새로운 군비경쟁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