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브렉시트 협상' 한걸음 뒤로? '백스톱' 타협 의지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AFPBBNews=뉴스1

영국 정부가 아일랜드 국경 문제에 대한 타협 가능성을 열어 놓으며 브렉시트 협상이 새 국면을 맞았다.

21일(현지시간) 도미니크 랍 브렉시트부 장관은 이날 BBC 방송에 출연해 "브렉시트의 '백스톱'(backstop) 합의안에 기한이 없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백스톱은 안전장치라는 뜻으로, 유럽연합(EU)과 영국이 이에 합의하면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지역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지금처럼 EU의 관세동맹에 남게 된다. 이는 양측의 무역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해 EU가 요구해온 것이다. 민족·종교 분쟁을 겪었던 EU 회원국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하드보더(Hard Border, 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가 생기는 것을 EU 측은 우려하고 있다.

영국 측은 북아일랜드만 EU 관세동맹에 남을 경우 본섬과의 사이에 관세장벽 및 국경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 이를 반대해왔다. 특히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백스톱이 "영국을 EU의 속국(vassal state)으로 만드는 조항"이라며 주권 침해로 간주한다. 이에 따라 테레사 메이 총리는 앞서 북아일랜드가 아닌 영국 전체가 '제한된 기간' EU 관세동맹에 남는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EU가 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며 양측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이날 영국이 그동안 극구 반대해온 백스톱에 타협의 여지를 남겨두면서 브렉시트 협상에도 숨통이 트였다. 다만 영국은 백스톱의 기한을 정하지 않는 대신 백스톱에서 나갈 수 있는 다른 장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랍 장관은 "(만기일 대신) 우리가 관세동맹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소식통을 인용해 "메이 총리도 기한을 정하기보다는 백스톱 중단 조건을 명시하는 것을 원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보수당의 반발과 커지는 브렉시트 반대 여론은 여전한 걸림돌이다. 안드레아 리드솜 에너지부장관, 에스더 멕베이 노동연금부 장관 등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백스톱에 만기일이 없을 경우 사퇴할 전망이다. 또 지난 주말 런던에서는 70만 명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는데 이는 영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였다.

한편, 메이 총리는 22일 하원에 출석해 "브렉시트 협상안의 95%를 확정했다"고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