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로 곤혹 치른 시중은행, 같은 날 필기시험 실시 의견

금융공기업이 같은 날 필기시험을 치르는 것처럼 시중은행들도 같은 날 필기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채용비리 이슈 등으로 자기 은행에 맞는 인재를 뽑기 어려워짐에 따라 전형날짜라도 같이해 우수 인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 KDB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은 지난 20일 동시에 필기시험을 실시했다. 필기시험을 동시에 치르기 때문에 응시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올해 필기시험 대상자의 51%만 시험을 치렀다. 다른 기관들도 응시율이 높지 않았다.

그럼에도 같은 날 필기시험을 치르는 이유는 우수 인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필기시험 날짜가 다른 경우 한 수험자가 여러 금융공기업에 동시에 응시해 합격하는 경우가 많은데 필기시험이 날짜가 같으면 수험자별로 원하는 기업에 응시할 수밖에 없다.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같은 날 필기시험을 치르면 합격자가 다른 금융공기업으로 옮기는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장점 때문에 시중은행들 사이에서도 같은 날 필기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시중은행은 예비 합격자를 둬도 한 수험자가 여러 은행에 동시에 합격해 사전에 예상했던 인원보다 신입행원을 적게 뽑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생긴다.

리딩뱅크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올해 시간은 다르지만 같은 날인 지난 13일 필기시험을 치른 것도 인력 채용 경쟁 때문이다. 다만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오전과 오후로 나눠 필기시험을 치러 퀵서비스 오토바이를 타고 시험장 두 곳을 오간 수험자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시중은행들이 같은 날 시험을 치르는 문제는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마련하기 위한 은행권 공동 TF(태스트포스)에서도 논의됐다. 시중은행들은 경쟁 은행에 우수 인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이전에도 비슷한 시기에 신입행원 채용을 진행했는데 채용비리 논란 이후 필기시험이 더욱 중요해짐에 따라 아예 같은 날 필기시험을 치르는 방안을 논의한 것.

시중은행 관계자는 “필기시험 날짜가 다르면 다른 은행 필기시험에서 나온 문제를 거르기 위한 모니터링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며 “채용과 관련해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같은 날 필기시험을 치르는 방안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중은행마저 같은 날 필기시험을 치르면 수험자가 다양한 회사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발탁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동시 필기시험 실시는 일단 보류했다. 금융공기업이 같은 날 시험을 치르는데 대해서도 수험자의 기회를 발탁하고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용과 관련한 비용이 늘어나면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시중은행들이 같은 날 시험을 치르는 방안을 재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