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인촌 동상 어찌할까"…고창군, 오늘 주민토론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전북 고창군 새마을공원에 세워진 인촌 김성수의 동상. /사진제공= 뉴스1

친일·반민족 행위로 건국훈장이 박탈된 인촌 김성수(1891~1955)의 고향에 세워진 동상 철거를 놓고 지역주민 토론회가 열린다.

고창군은 23일 인촌 김성수 기념물 관련 주민 토론회를 개최한다. 동상 존치 여부를 놓고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고창군 측은 "인촌 동상은 주민 지역정서, 공공재산 관리 등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어 고창군(행정)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군민들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인촌이 1962년 수상한 건국공로훈장이 56년 만에 박탈된 이후 고향 고창군에서는 새마을공원에 세워진 인촌 동상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친일행위로 서훈이 박탈된 만큼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과 안내판을 설치해 공과를 알리고 교훈으로 삼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는 고창군 심원면 용선삼거리에서 부안면 부안삼거리에 걸쳐 있는 '인촌로' 도로명 변경과 함께 동상철거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인촌 김성수는 지난해 4월 대법원 최종 판결에 의해 친일행위자로 판정됐고 이에 따라 생가와 고택, 동상 등 관련 시설물 역시 현충시설에서 해제됐다. 그 동안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의 동상과 종로구 계동의 고택 등 동상 2개와 장소 3곳이 현충시설로 지정됐었다.

1980년대 군민 성금으로 세워진 고창 새마을공원의 동상은 2003년 현충시설로 지정됐다.

서울 성북구의 인촌로 표지만. /사진제공= 뉴스1

인촌 흔적 지우기는 고향 고창군 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고려대학교 재학생은 대자보를 붙이고 교정에 세워진 인촌의 동상을 철거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3월에도 고려대 총학생회가 동상 철거와 인촌 기념관, 인촌로 등 명칭변경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성북구는 지난달 '인촌로' 변경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인촌은 1891년 고창군 부안면에서 출생한 기업가·교육가·근대주의운동가다. 1919년 경성방직주식회사를 설립하고 1920년 동아일보를 창간했다. 1932년에는 고려대학교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를 인수해 교육운동에 앞장 서는 등 한국 근현대사의 업적을 남겼다. 이 공로로 1962년 건국공로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됐다.

이후 2002년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모임과 광복회가 선정한 친일파 708인에 이름이 오르는 등 친일행적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지난해 친일·반민족 행위자로 판정돼 올 초 서훈이 박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