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사태의 재현? 美 파생상품 급증

10년 전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비슷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졌다. 이번에는 신용도 낮은 회사채를 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이 문제다. 높은 수익률에 투자자가 몰리고 있지만, 감시 체계는 느슨해지면서 위기를 키운다는 지적이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레버리지론(leveraged loan) 시장은 2010년 5000억달러 규모에서 지난해 1조달러(약 1136조원) 이상으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레버리지론이란 부채가 많아 투자부적격으로 분류되는 기업이나 개인을 상대로 하는 대출을 말하며, 이런 위험 자산을 담보로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같은 파생상품이 발행된다.

레버리지론과 함께 CLO 발행도 급증했다. 투자은행 JP모건은 올해 미국 내 CLO 발행 규모가 1300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CLO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높은 수익률이다. 10년 전 미국 국채에 투자해 만기가 됐다면 5% 가까운 손해를 봤지만 같은 기간 CLO 수익률은 3.3%에 달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제로(0%) 금리를 유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CLO가 대부분 변동 금리라는 점도 투자 매력을 높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를 올리는 만큼 CLO 투자자들이 더 큰 이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긴축으로 유동성이 부족해진 기업이 많아진 것도 레버리지론과 CLO 증가를 부추긴다. 피터 아체바티 JP모건 연구원은 "변동 금리 상품에 대한 열기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와 내년 합해 CLO 수요가 1조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CLO 발행 증가는 금융위기 재연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보통 100~300개의 회사채를 자산으로 발행되는 CLO는 자산 중 일부에 문제가 생기면 전체에 파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2006년에도 여러 주택을 담보로 발행된 파생상품 부채담보부증권(CDO)의 부실이 세계 금융위기의 촉매 역할을 했다.


금융 당국도 레버리지론과 CLO 급증 상황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지난달 회의에서 처음으로 레버리지론 급증에 따른 금융시장 위험성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지난 19일 레버리지론 시장의 급성장에 대해 "세계 금융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10년 전 망가졌던 금융 위기가 월가에서 다시 재연될 채비를 갖추고 있다"면서 "신용을 기반으로 하는 구조화 상품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미국 경제가 호황을 누리면서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금융 감독 당국은 오히려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