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정부 前대사 "매우 혼란스러운 정부" 실명 기고

로버타 제이컵슨 전 멕시코 주재 미국 대사. /AFPBBNews=뉴스1

'나는 트럼프 행정부 내 저항세력의 일원'이라는 제목의 익명기고가 지난달 뉴욕타임스(NYT)에 올라온 데 이어, 이번에는 전직 외교관이 실명으로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는 칼럼을 실었다.


로버타 제이컵슨 전 멕시코 주재 미국대사는 21일(현지시간) NYT 기고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혼란이 극심했다면서 재임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기고에서 제이컵슨 전 대사는 지난해 4월 26일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멕시코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파기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을 당시 자신은 멕시코 에어쇼 참석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미 정부로부터 아무런 고지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기자들과 멕시코 관리들의 수많은 문의에 답을 할 수 없었다고 썼다. 이어 "미국과 멕시코 관계에 가장 핵심적이라고 할 수 있는 나프타와 관련해 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인지 듣기를 기대했지만 그것은 트럼프 시대에 작동하는 방식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제이컵슨 전 대사는 미국의 나프타 탈퇴 계획이 언론에 보도된 후 엔리크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썼다. 그는 당시 니에토 대통령이 "대체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건가. 당신의 대통령은 앉아서 이야기를 해보기도 전에 나프타를 탈퇴하려는 것이냐. (나프타 탈퇴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백악관과 계속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성적인 의견이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또 그는 "당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 연락했으나 그가 나프타 협상에 관여하지 않고 싶어했고 심지어 전화도 잘 안 받았다"면서 "그래서 미 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 고위 동료들과 얘기했지만 그들도 내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알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제이컵슨 전 대사는 "지난 30여 년간 5명의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당면한 이슈와 관련해 늘 백악관의 지침을 받아왔지만 그런 지침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는 드물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초기에 어느 정도의 혼란은 있을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혼란은 극심했다"고 비판하면서 "이러한 국무부와 백악관의 단절은 의도적으로 보였다"고 썼다. 이어 "이러한 단절은 미국의 동맹국들을 화나게 하거나 소외시키고 당혹스럽게 만든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그는 "미국은 그동안 국익을 위해 가장 중요한 나라 중 하나인 멕시코와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지금 그 신뢰관계는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말 캐나다와 협상을 마무리 짓고 나프타를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으로 대체했다. 제이컵슨 전 대사는 이같은 나프타를 둘러싼 뒷이야기가 "미국의 외교와 국익을 훼손하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혼란스러운 의사결정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고 썼다.

지난 5월 사임한 제이컵슨 전 대사는 당시 "내가 더 이상 안간힘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고, 1년 이상 봐왔던 (트럼프 행정부의) 무질서에서 벗어날 수 있어 기뻤다"고 소감을 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