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무대 작별' 한화, 그래도 아름답고 뜨거웠던 '불꽃 여정'

한화 이글스의 상징 '불꽃' /사진=뉴스1

뜨거웠던 한화의 가을 잔치가 막을 내렸다. 한화를 상징하는 불꽃도 잠시 사그라지겠지만 영원히 꺼지는 건 아닐 것이다. 한화 이글스의 사령탑인 한용덕 감독은 가을 무대에서 퇴장하면서 더욱 높이 오를 내년을 기약했다.

한화 이글스는 지난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넥센 히어로즈와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2-5로 패했다. 한화는 시리즈 전적에서 1승 3패로 밀리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비록 올 시즌 행진은 끝났지만, 한화 팬들은 실로 오랜만에 가을을 즐겼다. 한화는 올해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상위권에서 선전했다. 시즌을 77승 67패(승률 0.535)의 성적으로 마치며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지난 2008년부터 이어진 10년 암흑기를 끝낸 순간이었다.

이글스 프랜차이즈 출신인 한용덕 신임 감독은 '외유내강형' 리더십을 발휘하며 선수단을 이끌었다. 여기에 역시 한화의 살아있는 전설들, 장종훈과 송진우 코치 등이 한 감독을 옆에서 도왔다.

선수들도 힘을 냈다. 샘슨은 한화 역대 외국인 최다승(13승) 투수에 이름을 올렸고, 시즌 중반 영입한 헤일도 위력투를 보여줬다. 외인 타자 호잉은 경기장 안과 밖에서 선수단에 녹아들며 공수주에서 완벽한 활약을 뽐냈다. 타선은 끈끈함을 발휘하며 경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4.28로 리그 1위였다. 리그 최강 마무리 정우람을 비롯해 송은범과 이태양이 허리를 든든하게 지켰다. 안영명과 장민재, 김범수, 서균, 박상원, 박주홍 등 불펜 자원도 더욱 풍부해졌다. 정은원이라는 신인을 발굴하는가 하면, 정근우를 1루로 돌리는 과감한 선택도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다만 송광민 등 일부 베테랑과 관계에서 매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 프런트가 다 함께 노력했지만, 거기에 묵묵하게 한화를 응원해왔던 팬들이 없었더라면 11년 만의 가을야구는 어려웠을지 모른다. 한화는 시즌 최종전에서도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올 시즌 홈 경기에서 73만4110명의 누적 관중을 기록,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웠다. 홈 경기 매진은 20차례. 야구장이 좀 더 컸더라면 더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을 것이다.

한화 팬들 /사진=뉴시스

한화는 올해를 기점으로 내년부터 새로운 도약을 노린다. 한용덕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끝난 뒤 가장 먼저 "끝까지 열렬히 응원해주신 팬들께 좀 더 긴 가을 야구를 못 보여드려 죄송스럽다. 올 시즌 저희는 끝났지만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준비를 잘 해 내년에는 좀 더 높은 곳에서 팬들께 즐거움을 드리는 야구를 할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고 인사했다.

이어 "선수들에게는 올 시즌 고생 많았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며 "경기 후 정말 잘 해줘 고맙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걸 잘 기억하고 '지금 끝난 게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내년에 팬들께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자고 했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화의 심장' 김태균은 "지난 11년 간 팬들께 죄송했다. 시즌 들어갈 때마다 '올해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거짓말만 했던 것 같다"며 "오랫동안 기다려주신 한화 팬들을 보며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패한 뒤에도 선수들을 격려해 주시는 모습을 보며 괜히 한화 팬 분들이 괜히 '보살 팬'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멋있고 감사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비록 2018 시즌 한화의 가을은 여기서 끝났지만, 내년 시즌 한화의 불꽃은 새롭게 활활 타오를 것이다. 2019 시즌 한화의 불꽃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끝난 뒤 한화 팬들에게 인사하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끝난 뒤 팬들에 인사하는 한화 선수단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