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유류세 인하, 휘발유 ℓ당123원 싸진다

국내 휘발유 가격이 23주 연속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 주유소에 차량이 들어서고 있다.

유류세가 다음 달 6일부터 6개월 동안 15% 내려간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이후 10년 만의 유류세 인하다. 휘발유 50리터를 주유할 경우 기름값은 6150원을 덜 내게 된다.

정부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유류세 인하 시행기간은 다음 달 6일부터 내년 5월 6일까지다. 유류세 인하는 시행령 개정 사안이라 법을 고치지 않아도 된다. 유류세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경기조절, 수급조절 등 필요해 따라 기본세율의 30% 범위 내에서 조정할 수 있다.

유류세 인하로 휘발유, 경유, LPG(액화천연가스)에 붙는 세금은 리터당 각각 123원, 87원, 30원 하락한다. 10월 셋째주 전국 평균가격을 기준 삼으면 △휘발유 1686원→1563원 △경유 1490원→1403원 △LPG 부탄 934원→904원으로 떨어진다. 휘발유 50리터 가격은 8만4300원에서 7만8150원으로 6150원 내려간다.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분은 2조원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 인하 효과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가 서민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난해 말 기준 자동차 등록 대수는 2253만대다. 이중 고급 자동차가 아닌 2500cc 미만이 84%다. 기름을 많이 먹는 화물차 중 영세자영업자가 운행하는 1톤 이하 트럭은 전체의 80%다.

정부가 10년 만에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낸 이유는 국제유가 급등 때문이다. 배럴당 두바이유 가격은 2016년 41.41달러→2017년 53.18달러→2018년 10월 19일 77.88달러로 뛰었다. 같은 기간 휘발유, 경유는 각각 287원, 312원 오르며 영세 자영업자, 서민에게 부담이 됐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효과가 2008년보다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2008년 유류세 인하 효과는 기대와 달리 크지 않았다. 국제유가가 계속 올라 유류세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10년 전과 달리 국제유가가 단기간에 급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아울러 정부는 2008년 10%였던 유류세 인하 폭을 15%로 키운 점도 강조했다.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위기 때인) 2008년 사용한 정책을 꺼낸 것인데 (경제 심리 반전이 필요하다는)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며 "유류세 인하 수준은 이왕 할 바에 체감할 정도여야 한다고 판단해 15%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중심으로 주유소·LPG 충전소로부터 매일 판매가격을 보고받을 계획이다. 유류세 인하분이 기름값에 제 때 반영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정유사나 주유소 간 가격 담합행위를 감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