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신흥국 통화약세..현대·기아차 실적 위협 '상수'로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현대차 터키공장/사진제공=현대차

"원화 강세와 브라질·러시아 등 주요 신흥국 통화 약세 등 외부적 요인으로 수익성이 악화됐습니다."

현대·기아자동차 (116,200원 ▲300 +0.26%)가 올 3분기 최악에 가까운 성적표(현대차 영업익 2889억원, 기아차 1173억원)를 내면서 입모아 내놓은 항변이다. 그러나 환율은 사실 최근 수년새 '상수'(常數)처럼 잠재해 온 실적 위협 요인이다.

올 3분기에는 에어백 제어기 리콜, 엔진 진단 신기술(KSDS) 적용 등 일시적 비용 요인이 7800억여원(현대차 5000억원, 기아차 2800억원) 대거 추가 발생하며, 컨센서스를 훨씬 밑돌아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그런데 실적 악화의 근저에는 판매 부진과 환차손이 자리잡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3분기는 미국 등 주요 시장의 수요 둔화, 무역 갈등 우려 등 어려운 여건이 지속된 시기였다"며 "이러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브라질·러시아 등 주요 신흥국 통화가치가 전년 동기 대비 10~20% 가량 큰 폭 하락해 수익성이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3분기 1132.2원에서 올 3분기 1121.6원으로 0.9% 내렸다. 신흥국 환율 여건은 훨씬 안 좋았다. 같은 기간 원/레알은 357.9원에서 285.0원으로 20.4%, 원/터키리라는 322.3원에서 203.8원으로 36.8% 각각 떨어졌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현대·기아차의 경우 약 2000억원(현대차 1200억원, 기아차 800억원)의 매출액이 낮아지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력 시장인 미국은 현대·기아차가 국내에서 만들어 해외로 보내는 전체 수출 물량 가운데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금 대부분이 달러화로 결제되고 있는 만큼 최근 환율 움직임은 큰 영향을 미친다.

신흥국 통화 가치가 약화된다는 것은 현지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시그널이다. 그만큼 자동차 수요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 해외 거점에서 자동차 판매가 증가하더라도 원화 환산 매출액의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더욱이 2000년대 이후 현대차는 인도·터키·체코·러시아·브라질 등 신흥국에, 기아차는 슬로바키아·멕시코공장 등에 글로벌 현지 생산기지를 가동하며 수출 전진기지로도 활용하고 있다. 신흥국 판매 비중은 30~40%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신흥 시장에서의 통화가치 급락은 수익성 악화를 가속시킬 수 밖에 없다.

신흥국 통화 가치 급락으로 현지 공장 자동차 부품을 수입하는 달러 결제 단가가 높아질 수 있다. 이렇게 원가가 뛰면 가격 경쟁력은 떨어진다. 실제 현대차는 터키 시장에서 원/리라가 폭락하자 현지 내수 물량을 수출로 전환, 리라화 약세에 따른 수익성 영향을 최소화하는 극약 처방까지 내놨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지화율 제고 및 신차판매확대, 수익성이 높은 모델 믹스개선 등으로 환율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