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산업 위기 고조되는데..뒷짐진 車산업협회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사진제공=KAMA

"밖에선 위기라고 난리인데, 정작 당사자는 느긋하게 뒷짐만 지고 있는 듯하네요."

국내 완성차 업계 5개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표 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를 두고 일선 회원사에서 나오는 쓴소리다.

자동차 산업은 전자와 함께 한국 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다. 운송·정비·판매·자재 등 전후방 효과까지 감안하면 177만개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는 최대 규모 중요 산업이다.

그런데 지난 7월 현대차 1차 협력사(리한)의 워크아웃 신청과 중견부품사들의 잇단 법정관리(회생절차)에 이어, 국내 완성차 '맏형' 현대차 (250,000원 ▼2,500 -0.99%)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이 4분의 1 토막 날 정도로 벼랑 끝 상황이지만 협회는 요지부동이란 지적이다.

앞서 부품업체 모임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의 경우 독자적으로 적극적인 여론전을 펼쳐 정부에 3조원대 금융 지원을 호소했고, 결국 이날 정부는 다음달부터 중소 부품업체에 1조원의 정책 보증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이미 국내 자동차 산업계에 경고음이 끊임없이 울렸지만 학회 세미나를 열어 성토의 장을 마련하는 정도였을 뿐 적극적 대응은 찾기 힘들었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선 "서울모터쇼 행사 준비를 위한 조직인가"라는 볼멘 소리까지 들린다.

협회는 지난주 현대·기아차 (116,600원 ▲400 +0.34%)가 최악에 가까운 3분기 성적표를 공개하고 시장에 충격을 주자 부랴부랴 떠밀리듯 정부에 세제 지원 등 정책 건의문을 내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이미저도 협회는 "검토일 뿐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소극적 공식 입장을 내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4개월 가까이 협회 수장 자리가 비어있는 것도 이런 더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협회 소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장관이 교체되고 이달 국정감사 시즌까지 겹치면서 이례적으로 인선이 늦어진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산업 중요도나, 현재 위기 상황에 비하면 너무 느긋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우선 산업부 차관급 출신 중에서 회장 적임자를 찾고 있으나, 그간 협회에 이른바 '산피아' 낙하산 논란이 계속돼 온 만큼 정치권 인사가 등장할 수 있단 얘기도 돈다.

재계 관계자는 30일 "사실상 협회장 인선에 산업부 입김이 반영되는데 이번엔 청와대 눈치도 봐야 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며 "빠른 인선과 조직 재정비로 위기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활동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