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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렬의 Echo]대통령을 이기는 美중앙은행장의 맷집

송정렬의 Echo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송정렬 특파원 |입력 : 2018.11.02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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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65년. 베트남 전쟁으로 물가가 치솟자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자신의 텍사스 주 농장으로 호출한다. 존슨 대통령은 금리인상은 ‘월가’의 이익을 위해 미 노동자들의 고혈을 쥐어짜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금리인상을 하지 말라는 노골적인 압박이었다.

하지만 연준 의장은 끝까지 권력자의 압박에 굴하지 않았다. 그 주인공은 "미 중앙은행의 임무는 파티가 한창 달아오를 때 칵테일 그릇(punch bowl)을 치우는 일"이라는 발언으로 유명한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 주니어다. 마틴 의장은 연준의 독립성을 상징하는 인물로 꼽힌다. 정책을 위해 용감하게 대통령에 맞섰을 뿐 아니라 취임 초기인 1951년 재무부와 연준간 협약을 통해 제도적으로 연준의 독립성을 처음으로 확립했기 때문이다.

미 중간선거가 다가오면서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판수위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 트럼프는 연준을 ‘나의 가장 큰 위협’(my biggest threat)이라고 규정했다. '미친'(crazy, loco), '통제 불능'(out of control) 등 거친 표현들이 난무한다. 연준의 금리인상이 잘나가는 미국 경제에 제동을 걸고 자신의 경제치적(my numbers)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불만이다.

트럼프 입장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배신의 아이콘이자 패착이다. 파월은 트럼프가 재닛 옐런 전 의장의 연임을 좌절시키며 선택한 인물이다. 무색무취한 연준 이사인 그를 발탁한 것은 경제학박사가 아닌 변호사 출신의 정치적, 정무적 감각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파월은 취임 일성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등 트럼프의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하지만 트럼프가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파월을 해임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은 없다.

사실 금리인상을 둘러싼 미국 대통령과 연준 의장간 갈등은 역사적으로 매우 드문 장면은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처럼 독립성이 보장된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해 대놓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대통령은 매우 이례적이다. 볼썽사납지만 트럼프 입장에서 연준과의 갈등은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아무리 잘나가는 미국경제나 증시도 언젠가는 꺾이기 마련이다. 트럼프는 연준 때리기라는 노이즈를 통해 경기둔화시 책임을 연준에 전가할 수 있는 명분을 차곡차곡 쌓고 있어서다.

사실 대단한 것은 때리는 트럼프가 아니라 맞는 연준과 파월의 맷집이다. 트럼프가 아무리 거칠게 몰아붙여도 까딱하지 않고 통화정책 정상화라는 자신들의 길을 묵묵히 가고 있다. 일각에선 중간 선거를 넘어 재선이 가까워질수록 트럼프와 연준의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송정렬의 Echo]대통령을 이기는 美중앙은행장의 맷집
하지만 연준이 트럼프의 비판으로 정책방향을 바꿀 것이라고 내다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갈등은 있겠지만, 권력의 입김에 따른 연준의 정책 탈선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 105년 동안 정치권의 갖은 압박과 위협에도 독립성을 유지하며 정책을 펼쳐온 연준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다. 미국 뿐 아니라 어느 나라든 중앙은행이 권력의 눈치를 보면 정책은 산으로 가고, 경제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67년. 존슨 대통령은 자신과 대립했지만 도덕성과 능력을 갖춘 마틴을 연준 의장으로 다시 임명했다. 마틴의 맷집은 그를 5명의 대통령을 거쳐 무려 19년간 최장수 연준 의장을 역임하도록 만들었다.

송정렬
송정렬 songjr@mt.co.kr

절차탁마 대기만성(切磋琢磨 大器晩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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