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리스크' 소프트뱅크, PR 전문가 영입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가운데 오른쪽)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운데 왼쪽). /AFPBBNews=뉴스1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카슈끄지 사태의 불똥을 맞은 일본 소프트뱅크가 PR(대중 홍보)계의 베테랑을 영입한다.

31일(현지시간) 마르셀로 클로레 소프트뱅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날 성명을 내고 게리 긴스버그 타임워너사 마케팅·홍보 최고책임자를 자사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대표로 영입한다고 발표했다.


긴스버그는 정부와 기업 양측에서 25년 가까이 근무한 PR계의 베테랑이다. 그는 1990년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법률자문위원으로 근무했고, 당시 미국 민주당 측 정치 인맥을 쌓아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에는 세계적인 언론기업인 뉴스코퍼레이션에 커뮤니케이션 대표로 임명된 뒤 능력을 인정받아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선임 고문 역할까지 맡게 됐다. 2009년에는 타임워너사로 이직해 마케팅·홍보 최고책임자를 맡고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 건에 이바지했다.

소프트뱅크는 긴스버그를 영입하며 사우디아라비아 관련 비판을 잠재우고 스프린트와 T-모바일 합병 건 등 여러 사안에 대한 로비활동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카슈끄지의 암살 배후로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목되면서 소프트뱅크도 곤란한 상황을 맞았다. 빈 살만 왕세자가 비전펀드의 최대 투자자인 사우디 공공투자펀드(PIF)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PIF는 지난해 5월 공식 출범한 비전펀드에 목표액(1000억달러)의 절반에 가까운 450억달러를 출자했으며, 이후 새로운 비전펀드 설립 움직임이 일자 빈 살만 왕세자가 또다시 투자 의사를 보여왔다. 하지만 사우디에 대한 보이콧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소프트뱅크는 지난달 18일 "제2 비전펀드가 없을 수 있다"고 사우디와 거리를 뒀다.

소프트뱅크는 대형 합병건도 진행 중이다. 소프트뱅크가 소유한 미국 이동통신회사 스프린트는 T-모바일의 260억달러 규모의 인수 계획을 발표, 미국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양사의 합병을 두고 반독점법 위반 문제가 제기되자 소프트뱅크는 지난 6월 포드사의 베테랑 로비스트를 영입하기도 했다. 이날 긴스버그를 영입하며 더욱 로비 및 홍보 활동에 전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클로레 COO는 이날 "긴스버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경험 많은 홍보 책임자"라면서 "그의 합류는 소프트뱅크에게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긴스버그도 "소프트뱅크의 진화를 수 년간 존경해왔다"면서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가 정말로 중요해지는 이 시점에 소프트뱅크에 합류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