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맨발의 청춘' 별들의 고향으로 떠나다 …신성일 별세

지난달 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진행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배우 신성일./사진=김창현 기자

한국 영화계 큰 별이 졌다. 원로 배우 신성일(본명 강신영)이 폐암 투병 끝에 4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1세.

고(故) 신성일은 4일 새벽 2시25분께 전남대학교병원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지난해 6월 폐암 3기 판정을 받은 고 신성일은 전남의 한 의료기관에서 항암치료를 받아오다 지난 3일 병세가 악화돼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눈을 감았다.


1937년생인 고인은 1960년 영화 '로맨스빠빠'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고인의 본명은 강신영이었지만 '로맨스빠빠'의 신상옥 감독이 지어준 예명 '신성일'로 활동했다. 이후 '맨발의 청춘'(1964년), '만추'(1966년), '초우'(1966년), '장군의 수염'(1968년), '별들의 고향'(1974년), '겨울여자'(1977년)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1960~1970년대 최고의 스타로 군림했다.

한국영상자료원에 따르면 그가 생전에 출연한 영화만 무려 524편에 달한다. 이 외에도 감독 4편, 제작 6편, 기획 1편 등 배우 외에도 다방면으로 활동했다.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1968년과 1990년 대종상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 백상예술대상 남자최우수연기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남우주연상, 청룡영화상 인기스타상, 황금촬영상 최우수인기남우상 등을 비롯해 다수의 영화제에서 공로상을 받으며 연기력과 스타성, 영화사 발전 공로를 인정받았다.


영화관련 단체 활동과 후진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1979년 한국영화배우협회 회장, 1994년 한국영화제작업협동조합 부이사장을 역임했다. 2002년엔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과 춘사나운규기념사업회 회장직을 지냈다. 대구과학대학 방송연예과 겸임교수, 계명대 연극예술과 특임교수를 맡기도 했다. 자서전 '청춘은 맨발이다', 인터뷰집 '배우 신성일, 시대를 위로하다' 등 저서도 남겼다.

'맨발의 청춘'에 함께 출연했던 당대 최고의 여배우 엄앵란과 1964년에 결혼해 슬하에 1남2녀를 뒀다. 고인의 아들 강석현씨는 배우 겸 드라마제작자로 활동중이다.

故 신성일이 지난해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던 모습./사진=김창현 기자

고인은 영화계를 넘어 정계에도 활동영역을 넓혔다. 1981년 제11대 국회의원 선거,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두 번 모두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지난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대구 동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의정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의정활동을 하며 이름을 강신성일로 바꿨다. 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인 강석호 의원은 그의 조카다.

고인은 2013년까지도 영화 '야관문: 욕망의 꽃'에 출연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다 지난해 6월 폐암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를 해왔다. 한동안 병세에 차도가 있어 지난해 10월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회고전 주인공으로 참석해 기자회견을 열어 "앞으로 7번 더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된다. 아주 건강하다. 내가 체력 관리를 잘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고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신영균 한국영화배우협회 명예회장과 기타 협회 임원진, 영화감독 등이 공동장례위원장을 구성한다. 현재 한국영화배우협회와 한국영화인총연합회 등 영화계 관계자들이 유족과 영화인장의 구체적 절차를 놓고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6일로 예정돼 있다. 장지는 고인이 직접 건축해 살던 가옥이 위치한 경북 영천 성일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