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제2의 대진침대'…라돈사태 끝나지 않는 이유는

라돈 침대 사용 피해자 조은주씨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방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8.10.29/사진=뉴스1

지난 5월 대진침대에서 시작된 '라돈포비아'가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까사미아·에넥스 등 유명 가구업체의 매트리스 뿐만 아니라 피부에 직접 닿는 미용 마스크와 수입 라텍스, 메모리폼 베개 등 생활밀접형 제품에서 추가로 라돈이 검출됐다.


규제 당국은 개별 제품에 대한 조사를 통해 문제 제품에 수거명령을 내리고 있지만, 방사성 원료물질인 모나자이트 유통 추적에 제약이 많아 전수 조사 등 전면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생활 속 곳곳에 숨어 있을 '제2, 제3의 대진침대'에 대한 소비자들의 두려움이 확산될 수 밖에 없다.

4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지이토마린의 미용 마스크 '채르메'와 앤지글로벌사가 수입한 '천연 라텍스 매트리스 슈퍼싱글 5cm', 홈케어가 수입한 '에버조이 잠드림' 메모리폼 베개에서 연간 피폭선량이 법정 안전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생방법)에 따르면 가공제품에 의한 일반인의 피폭방사선량 기준은 연간 1밀리시버트(mSv)를 초과해선 안 된다. 이에 따라 원안위는 해당 업체에 수거명령 등 행정 조치를 실시했다.

이들 제품을 포함해 지금까지 까사미아 토퍼, 에넥스·성지베드산업의 매트리스와 티앤아이의 가누다 베개 등에서 라돈이 검출됐다. 모두 대진침대 사태 이후 추가로 발견된 것들이다.


지난 5월 대진침대 사태 당시 정부는 49개 침대 매트리스 제조업체와 모나자이트를 구입한 66개 구매처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라돈 검출 제품이 계속해서 등장했다.

당시 조사에서 매트리스가 아닌 토퍼와 베개 등은 침구류로 분류돼 제외됐고, 유명 브랜드를 달고 나오는 OEM 제조사 제품도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업체에 대한 조사에도 문제가 있었다. 현재 국내에서 모나자이트를 수입해 판매하는 업체는 1곳이다. 이 업체로부터 모나자이트를 구입한 66개 구매처 중엔 소규모로 다품종을 생산하는 영세업체가 대부분이고 단종제품도 많다. 조사대상을 특정하기가 어려워 사실상 전수조사가 불가능한 셈이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이 원안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모나자이트를 구입한 업체 66곳 중 폐업한 9곳이 구입한 모나자이트 3.35톤(t)의 행방은 현재 확인 불가 상태다.

현행법상 허점도 있다. 생방법에 따르면 천연 방사성물질을 수입, 취급할 경우 원안위에 취급 물질 종류와 수량 등을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수입된 원료물질을 가공해 제품을 만드는 업체는 등록 의무가 없다. 수입된 모나자이트가 유통업체와 제조업체를 거쳐 소비자 생활 가까이 접근할 때까지 알아낼 방법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2012년 7월 생방법 제정 전에 유통된 모나자이트의 소재는 파악 조차 불가능하다. 생방법이 제정되면서 모나자이트 등 방사성 원료물질에 대한 관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법 제정 전에는 방사성 원료의 유통 경로를 알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문제가 된 미용 마스크 '채르메'와 에넥스 매트리스 등에 사용된 모나자이트는 생방법 시행 이전에 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원안위는 지금까지 조사 과정의 한계를 인정하고 기존 조사대응 태스크포스(TF)를 '제보 기반'의 '생활방사선 안전센터'로 변경하기로 했다. 안전센터는 콜센터와 온라인 접수 창구를 통해 의심제품을 접수받고, 조사에 나서게 된다. 문제 제품에 대해선 수거명령 등 즉각 조치하고,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인력과 장비도 확충하기로 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현재 가용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신속한 조사, 분석, 조치를 실시하고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해 생활방사선 부적합 제품을 퇴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