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절 끝나고…디폴트 위기 몰린 中 부동산업계

중국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중훙(中弘)홀딩스는 2012년 하이난성 북동부 앞바다에 넓이 5㎢의 초대형 인공섬 개발을 시작했다. 섬 이름은 루이아일랜드(如意島). 130억위안(약 2조1130억원)을 투자해 호텔과 리조트, 고급빌라 등으로 가득한 유토피아가 목표였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과 달랐다. 부동산 경기가 죽고, 분양도 되지 않으면서 중훙은 공사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공사는 멈췄고, 중훙은 이미 14억위안 넘게 투자한 사업을 지난 7월 매물로 내놨다.


루이아일랜드는 거품붕괴로 어려움에 부닥친 중국 부동산 업계의 현실을 보여준다. 저금리의 풍부한 자금과 급증하는 주택수요, 정부의 규제 완화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던 좋은 시절이 끝나고,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빚만 남은 것이다. 설상가상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당국이 돈줄까지 조이면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 부동산 업계의 부채 규모가 3550억달러(약 400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중국 경제를 짓누르는 뇌관이다.

중국 부동산 업체들은 이미 심각한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시장분석회사 ICE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ICE BofAML)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주요 자금원인 달러 표시 하이일드(고수익·고위험)채권 수익률은 이달 초 11.2%로 뛰어올랐다. 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연초 대비로 두 배 이상 오른 것이다. 올해 초만 해도 연 6% 정도의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었지만, 불과 10개월 만에 두 배 이상을 줘야 겨우 빌릴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더욱 우려스러운 상황은 내년 1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 채권규모가 180억달러(약 20조2140억원)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라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만약 일부 투자자가 채권 조기 상환을 요구하면 만기 도래 채권 규모가 300억달러를 훌쩍 넘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자금 압박으로 파산하는 부동산 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올해 이미 4개 이상의 부동산 업체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졌다. 중국 우시를 기반으로 하는 부동산 업체 우저우인터내셔널은 올해 디폴트를 선언했다. 부동산 개발과 수공품 판매 등을 하는 네오글로리도 최근 두 달간 최소 3건의 지방채 상환을 포기했다.

대기업도 사정은 좋지 않다. 매출 기준 중국 2위 종합부동산회사 에버그란데가 지난달 30일 발행한 18억달러 규모의 5년 만기 채권 금리는 13.75%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마저도 투자자 찾기가 쉽지 않아 쉬자인 회장이 10억달러를 인수했다. 사실상 쉬 회장이 개인 돈으로 회사에 자금을 수혈한 것이다.


국제적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앞으로 몇 년간 중국 부동산 기업의 디폴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크리스토퍼 리 S&P 회사채 평가 디렉터는 "내년에는 더 많은 중국 부동산 업체가 디폴트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심지어 일부 대형 부동산 기업도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막대한 달러 부채를 떠안고 있지만, 경영 상황은 악화 일로다"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대출 규제를 완화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 규제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주택 판매가 줄어드는 등 부동산 시장 침체 신호가 나타나면서 10만여 곳에 달하는 중국 부동산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거대한 충격(shakeout)에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