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강성은·소설 최은미 '대산문학상'…"세월호 아픔·사회적 소외 담아"

5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의 한 식당에서 열린 '제26회 대산문학상 수상자 간담회'에서 수상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스테판 브와, 조은라 번역가, 강성은 시인, 최은미 소설가, 우찬제 평론가. /사진 제공=대산문화재단

올해 대산문학상 수상작에 강성은의 시집 'Lo-fi'(로파이)와 최은미의 소설 '아홉번째 파도'가 선정됐다. 평론 부문에선 우찬제의 '애도의 심연', 번역 부문에선 조은라·스테판 브와의 'La Remontrance du tigre(호질: 박지원단편선)'이 이름을 올렸다.

대산문화재단은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의 한 식당에서 열린 '제26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발표 및 기자간담회'에서 총 2억원의 상금이 수여되는 4개 부문 수상자를 발표했다. 올해 심사대상 작품은 2017년 8월부터 2018년 7월(평론은 지난 2년, 번역은 지난 4년)까지 단행본으로 출판된 모든 문학작품이었다. 이날 수상자들은 소감을 통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들에 영향을 받았음을 밝혔다.


시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Lo-fi'는 강성은 시인이 오랫동안 고민을 거듭해 선보인 작품이다. 이날 강 시인은 "지난 시집 발간 후 이번 시집이 나오기까지 5년 정도 걸렸다"며 "그 사이 세월호와 문단의 성폭력 같은 사건이 큰 영향을 줬는데 그런 사건들을 겪으면서 시를 못 쓰는 시간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써야 할 것과 내 시가 지켜내야 할 것들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저음질이라는 뜻의 'Lo-fi'라는 시집은 고민의 결과가 아니라 고민과 모색의 흔적"이라고 말했다.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소설 부문의 수상작 '아홉번째 파도'는 해안도시 척주를 무대로 핵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대립, 사이비 종교집단, 의문의 죽음 등 강력한 이야깃거리들이 정교하고 긴장감 있게 맞물린 소설이다. 최 소설가는 "꾸준히 소외받는 사람들의 삶이 담긴 척주의 이야기가 공감과 지지를 받았다는 점이 가장 기쁘다”며 "이번 소설을 쓰면서 비로소 타인에 대해 오래 생각하고 오래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희곡과 격년제로 진행되는 평론 부문에서 수상한 '애도의 심연'은 '애도'라는 키워드로 비평적 집중성을 드러내면서 편향된 해설을 넘어선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고 대산문화재단 측은 밝혔다. 우 평론가는 "세월호 이후 '애도'의 주제에 대해 함께 아파하고 고민해왔다"며 "앞으로도 우리 시대의 고민, 문제, 이런 것들을 함께 아파하면서 새로운 희망의 원리를 어떻게 같이 찾아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문학 불역본을 대상으로 한 번역부문 수상작 'La Remontrance du tigre(호질: 박지원단편선)'은 '춘향전' 이후 20년 만에 불어권에 번역된 고전이다. 스테판 브와 번역가는 "박지원의 소설에 등장하는 계층은 하층민들이고 풍자적인 것을 넣어 전부터 굉장히 관심이 있었다"면서 "중국 고전문학은 프랑스에서 많이 번역된 반면 한국고전은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대산문학상'은 '민족문화 창달'과 '한국문학의 세계화'라는 대산문화재단의 설립취지에 따라 시·소설·희곡·평론·번역 5개 부문을 선정, 매년 시상(희곡과 평론은 격년제)하는 종합문학상으로 단행본으로 발표된 문학작품 가운데 작품성이 가장 뛰어나고 한국문학을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을 선정, 시상한다. 시상식은 27일 오후 6시30분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