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068.05 671.56 1134.30
보합 3.18 보합 0.71 ▲1
-0.15% +0.11% +0.09%
메디슈머 배너 (7/6~)KMA 컨퍼런스 배너 (11/9~11/22)
블록체인 가상화폐

유엔으로 간 '베이비박스'…아기들은 어디로?

[the L] [Law&Life-위기의 '베이비박스' ①] 베이비박스도 현행법상 '아동유기'…"보편적 출생등록제부터 시행돼야"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입력 : 2018.11.09 05:01
폰트크기
기사공유
유엔으로 간 '베이비박스'…아기들은 어디로?

#2014년 아직 학생이던 아기 엄마는 산 속에 구덩이를 파고 아이를 낳았다. 아이가 태어나면 묻을 생각이었지만,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은 엄마는 그럴 수 없었다. 엄마는 아기를 안고 '베이비박스'를 찾았다.

베이비박스를 찾아오는 아기들은 저마다 갖가지 사연을 갖고 있다. 매년 이곳에 들어오는 아기들은 200여명에 달한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196명의 아기들이 베이비박스에 놓여졌고, 이중 24명의 아기들이 친부모에게 돌아갔다.

2009년 시작된 베이비박스가 올해로 운영 10년째를 맞았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베이비박스 논란이 한국을 넘어 유엔(UN)에 보고됐다. 4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한국 비영리단체(NPO) 연대는 지난 1일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시민사회 연대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국내 아동 유기에 관한 상황도 담겼다.

NPO 연대는 "매년 출생신고가 되지 않고 발견되는 아동이 200~300명에 이르는데, 민간에서 운영하는 베이비박스가 아동보호를 위한 대안이 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던 정부가 더 이상 문제를 회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비박스도 현행법상 '아동유기'…결국은 보육원으로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에 설치된 베이비박스에 아기가 들어오면 주사랑공동체는 경찰에 이를 알린다. 민간 단체가 운영하는 베이비박스는 정부 인정을 받은 공식적인 아동 보호 단체가 아니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겨도 이는 아동 유기에 해당한다. 형법 제272조는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해, 양육할 수 없을 때, 이밖에 다른 이유로 영아를 유기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아동 유기가 일어난 경우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수사를 해야 하지만 실제로 수사는 이뤄지지 않는다. 주사랑공동체 측은 "길거리 등 아이의 생명을 위험하게 하는 유기는 처벌하지만, 아동 보호 차원에서 유기를 하는 경우 경찰 수사가 들어가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며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처벌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아기의 유전자검사를 한 뒤 담당인 관악구청에 아기를 인계한다. 구청은 아기의 건강검진을 한 뒤 서울시 아동복지센터에 아이를 보낸다. 서울시 아동복지센터는 입양이나 가정위탁, 보육시설 등 상황에 따라 맞는 곳으로 아기를 보낸다. 하지만 출생신고조차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아기들은 보육시설로 보내진다. 서울시 아동복지센터에 이런 과정으로 접수되는 아기들은 올해 9월 기준으로 142명에 달한다.

◇"보편적 출생등록제부터 시행돼야"

전문가들은 민간이 운영하는 베이비박스가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유엔 역시 세계 각국에 베이비박스를 없애라고 권고하고 있다. 아이가 자신의 유전적 정체성에 대한 알 권리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이유다. 베이비박스가 영아 유기를 장려한다는 우려도 크다.

문제는 지난 10년 가까이 베이비박스가 운영돼 왔는데도 정부 차원의 대책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소라미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법은 지방자치단체가 아동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돼 있지만, 현실은 당장 누구를 찾아가야하는지도 막막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아동복지센터 측 역시 "제도를 통한 아동 보호, 입양 등이 가능하지만 공식적으로 절차를 진행하려면 출생신고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출생신고조차 불가능한 상황에 처한 경우 공식적 지원은 어렵다"고 했다.

일각에선 '비밀출산제'가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해법은 될 수 없다. 먼저 아동의 출생등록이 누락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먼저 이뤄진 뒤 예외적인 상황에 대해 논의돼야 한다는 점에서다. 소 변호사는 "비밀출산제를 시행 중인 나라들이 있지만 이는 모든 아동의 출생 등록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시행하는 것인데, 현재 한국은 이같은 제도조차 마련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선후가 바뀌었다는 얘기다. NPO 연대 역시 보고서에서 "모든 아동의 출생이 공적으로 등록될 수 있도록 보편적 출생등록제가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근본적인 대책은 부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소 변호사는 "베이비박스를 찾는 많은 이들이 미혼모인데, 이들에 대한 지원을 현실화하고 차별 문제를 해소해 아이를 포기하는 대신 양육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며 "예산이 많이 들고 관심을 못받는 분야여서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데, 아동 보호를 위해서도 정부 차원의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8년 11월 8일 (05:01)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