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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은 의대로, 취준생은 공무원으로…'육식동물' 사라진 대한민국

[길게보고 크게놀기]대한민국은 '초식동물' 공화국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입력 : 2018.11.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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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요즘 우리나라 청년들이 대학 전공과 직업을 선택하는 것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초식동물' 공화국이다. 전국 상위 1% 고등학교 수험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학 전공은 의대이고, 20대 취준생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공무원이다.

이공계 대학에 진학해 실리콘 밸리 등지에서 전 세계 인재들과 무한 경쟁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야 할 젊은 인재들이 고소득이 보장된 의대로 몰린다. 민간기업에 입사하거나 벤처기업을 창업해서 대한민국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여야 할 20대 청년들은 공무원·공기업 등 공공부문 취직에 목을 매단다.

개인적으로 의사는 조기퇴직 리스크 없이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좋은 직업이다. 하지만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모두 의사가 되는 건 국가적으로 손해다. 그런데 첨단산업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야 할 인재들이 저인망그물로 싹쓸이되다시피 의료계로 몰려가고 있다.

공무원 열풍도 마찬가지다. 지난 달 전국 15개 시·도 지방공무원 7급 시험 경쟁률은 97.9대 1에 달했다. 정리해고에 대한 걱정 없이 오랫동안 고정적인 현금흐름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일반적인 취준생에게 공무원은 꿈의 직장이다. 특히 최근 들어 공무원 채용규모가 커지면서 노량진 학원가는 갈수록 북적거린다.

공무원의 가장 큰 특징은 생애 현금흐름의 변동폭이 작다는 점이다. 장점이자 단점이다. 입에 풀칠할 걱정은 안 해도 되지만,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도 없다. 전형적인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low risk, low return)이다.

의사는 고소득 직종이지만 중국의 '바링허우'(1980년 이후 출생) 창업자들이 창출하고 있는 부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이들에게서 한가로운 초원에서 평화롭게 먹이를 뜯고 있는 온순한 '초식동물'이 오버랩된다.

반대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가지고 불확실한 미래의 보상을 바라는 창업자들은 '육식동물'을 연상케 한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육식동물들이 뛰어 놀던 시절이 있었다. 1990년대말과 2000년대 초 벤처열풍을 타고 IT업계가 스폰지처럼 인재들을 흡수하던 시절이다.

이때 우리나라가 배출한 대표적인 창업자들이 넷마블의 방준혁(51), 카카오의 김범수(53), 엔씨소프트의 김택진(52)이다. 이들은 모두 조 단위의 자산가가 됐다. 그런데 지금은 '육식동물'이 사라지고 온통 '초식동물'뿐이다.

반면 이웃나라 중국은 창업대국으로 성장하면서 '육식동물'이 늘었다. 지난 10월 24일 후룬연구원이 발표한 중국 '바링허우' 맨손창업형 부호 리스트를 보면, 황쩡이 자산 950억 위안(약 15조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올해 38살인 황쩡은 대표적인 연쇄 창업자다. 컴퓨터학과 출신인 황쩡은 2007년 구글을 박차고 나와 전자상거래업체, 게임업체를 창업했고 2015년 창업한 핀둬둬를 통해서 15조원의 자산가가 됐다. 11년 만에 거둔 성과다.

부호 리스트 2위에 오른 장이밍(35) 역시 엔지니어 출신이다. 2005년 대학을 졸업하자 마자 창업전선에 나섰고 2012년 창업한 바이트댄스가 대박을 치면서 650억 위안(약 10조4천억원)의 자산가가 됐다. 3위인 왕타오(38)는 대학원생 시절 연구하던 드론으로 창업해서 450억 위안(약 7조2천억원)의 부를 쌓았다. 왕타오가 창업한 드론업체 DJI는 글로벌 드론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

황쩡, 장이밍, 왕타오의 공통점은 뭘까. 모두 컴퓨터학과, 소프트웨어학과,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공대생이다. 이처럼 중국 바링허우 맨손창업형 부호리스트는 공대생 천국이다.

반면 '초식동물'이 점령한 우리나라를 보면 나심 탈레브가 ‘안티 프래질’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경제 성장은 평균을 올리는 데서가 아니라,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려는 꼬리 부분의 극소수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늘리는 데서 나온다. 바로 이런 사람들이 상상력과 용기라는 보기 드문 자질을 지녔으며, 결국 세상은 이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에서 고군분투하는 일론 머스크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상위 1% 수험생과 20대 취준생은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평균으로 수렴하는 추세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그 결과가 바로 의대와 공무원 선호 현상이다.

대한민국에서 육식동물을 다시 번성시켜야 한다. 우수한 젊은 인재들과 청년세대가 상상력과 용기를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이들이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육식동물'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8년 11월 14일 (18: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재현
김재현 zorba00@mt.co.kr

중국과 금융에 관심이 많습니다. PhD in fi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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