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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클러 '사각지대'…노후 고시원의 예견된 人災

2007년부터 고시원 영업, 2009년 의무설치 규정 빗겨가…전문가 "지원 병행돼야"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입력 : 2018.11.09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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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수동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감식을 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수동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감식을 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소방의 날'인 9일 서울 종로구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결국 또 인재였다. 7명의 사망자들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가 적용되지 않는 규제 사각지대 속에서 참변을 입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5시쯤 서울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총 18명이 부상을 입고 이 가운데 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불은 2시간여 만에 잡혔지만 노후한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명피해는 컸다. 1982년 지어져 이듬해 사용 승인이 난 고시원 건물은 총 3층이다. 1층은 일반음식점이고 2~3층을 고시원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소방당국은 사상자가 발생한 핵심 원인으로 방화시설의 미비를 꼽았다. 우선 화재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작동해야 할 화재경보기는 고장난 상태였다.

고시원 거주자 중 화재경보기를 듣고 탈출했다는 사람은 없었다. 2달째 고시원 2층에 거주하고 있다는 정모씨(40)는 "화재 경보는 전혀 못 들었고 '불이야'라고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 뛰어나왔다"며 "소리를 들었으면 깼을텐데, 원장님도 하필 경보기가 고장났다고 했다"고 말했다.

3층 출입구 쪽에서 발생한 화재는 거주자들의 대피를 어렵게 만들었다. 권혁민 종로소방서장은 "비상탈출구 개념으로 완강기(불이 났을 때 몸에 밧줄을 매고 높은 층에서 땅으로 천천히 내려올 수 있게 만든 비상용 기구)가 있었지만 여기 계신 분들은 제대로 이용을 못 하신걸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사태를 악화시킨 것은 스프링클러의 부재였다. 1980년대 초반에 지어진 해당 건물에 고시원이 들어선 것은 2007년부터였다. 고시원 시설은 2009년 7월부터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지만 그 이전에 운영되던 고시원은 의무 대상이 아니다.

기존 건물의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는 증축 또는 용도변경시 적용된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노후 고시원의 화재 예방을 위해 연간 5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간이스프링클러 설치를 지원해왔지만 이날 화재가 난 고시원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권 서장은 "고시원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초기 화재 진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망자 대부분은 불길이 커지며 발생한 연기에 질식해 의식을 잃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후 고시원의 안전 점검을 확대하는 한편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노후 고시원이 춥기 때문에 일용직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전기장판 등 전열기구가 화재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스프링클러가 비싸기 때문에 고시원을 운영하는 영세 업자들이 설치를 하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공 교수는 "정부가 법적으로 스프링클러 설치를 강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원책도 병행해야 한다"며 "전혀 지원도 안 해주고 설치만 강요하는 것은 제2, 제3의 참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재경보기 고장 등 고시원의 관리 부실이 확인되면 고시원 관리자 등은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현장 감식을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가 우선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원인을 밝히기 위해 이날 1차 감식을 진행했다. 다음날인 10일 오전 10시부터는 가스안전공사, 전기안전공사 등 관계 기관과 함께 2차 합동감식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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