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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난국' 빠진 범죄피해자보호…눈물은 피해자 몫

경찰 '피해자보호 원년' 선포 3년인데…예산·인력 태부족 '돈줄' 쥔 법무부 지원율 10% 미만…지급까지 최대 4개월

뉴스1 제공 |입력 : 2018.11.1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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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 News1 DB
© News1 DB

"이제 우리 가족은 어떻게 살죠?"

법정에서 만난 김하은씨(20·가명)는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30대 남성의 첫 재판을 지켜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홀어머니를 앗아간 칼날은 김씨의 삶에도 움푹 팬 상처를 남겼다. 갓 대학생이 된 김씨는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막막한 생활고에 짓눌렸다.

국가는 김씨 같은 '범죄피해자'에게 도움의 손길을 약속했지만, 범인이 검거돼 재판에 넘겨질 때까지 김씨는 단 한 푼의 구조금 조차 받지 못하고 유기돼 있었다.

경찰은 2015년을 '피해자 보호 원년(元年)'으로 선포하고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지만, 경찰청 '피해자보호담당관실'은 아직도 정규 직제조차 없는 '임시부서'로 남아있다. 법무부 '범죄피해자보호기금' 중 경찰에 책정되는 예산은 1%에 불과하다.

강력범죄는 해마다 50만건 이상 꾸준히 발생하지만, 경찰 '범죄피해심리전문요원'은 전국에 21명, 서울은 6명뿐이다.

<뉴스1>은 '피해자 보호 원년' 선포 3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구조·예산·인력 모두에서 '총체적 난국'에 놓인 범죄피해자보호제도의 실태를 뜯어봤다.

&copy;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범죄 발생해도 구조금 지급 하세월…지급률도 10%↓

지난 2016년 12월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A씨(77·여)는 동네 주민이 키우던 핏불테리어에게 물려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는 피해를 입었다.

경찰은 법무부 산하 '범죄피해자지원센터(범피센터)'에 치료비를 요청했지만, '직접 와서 치료비 신청서를 작성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어렵게 범피센터를 찾아 신청서를 작성했지만 치료비는 137일이 지나서야 지급됐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범죄피해자에게 치료비·구조금(생계비)·장례비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지급까지 평균 30일에서 최대 4개월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에 의해 가족을 잃거나 생계가 막막해진 피해자들은 당장 제 지갑을 열어 장례비·치료비를 치르거나 생활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피해자가 직접 피해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는 지원받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범죄피해보호기금 중 실제로 지급되는 구조금은 최근 5년 동안 평균 10%대를 맴돌고 있다. 법무부가 지급한 구조금 총액은 Δ2014년 70억원(11.8%) Δ2015년 97억원(10.6%) Δ2016년 92억원(8.5%) Δ2017년 92억원(9.1%)으로 나타났다.

범죄피해자에 대한 법률구조도 최근 3년 사이 '5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법률구조현황'에 따르면 범죄피해자 법률구조는 2014년 1만6723건(1963억원)에서 2017년 3672건(427억원)으로 78%나 줄었다.

&copy; News1 DB
© News1 DB

◇경찰 예산은 고작 1%…"가을 되기 전에 전부 소진"

예산 문제는 더 심각하다. 법무부는 최근 3년간 매년 1000억원이 넘는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을 조성하고 있지만 경찰에 책정되는 예산은 11억원(1.12%)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예산 대비 지급액이 10%에 불과한 법무부와 달리 경찰의 범죄피해자보호예산 집행비율은 99%에 달한다. 일부 항목은 가을이 되기도 전에 바닥난다. 경찰은 지난해 '임시안전숙소' 지원 명목으로 4억7500만원을 받았지만 9월에 모두 소진했다. 결국 경찰은 법무부로부터 1억원을 추가 지급받아야 했다.

심각한 예산난 탓에 경찰은 성능이 더 뛰어난 '스마트워치(신변보호장치)'를 개발하고도 도입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구형 스마트워치는 위치 정확도나 수신속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어 이를 개선한 신형 스마트워치를 개발했다"면서도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개발을 하고도 도입은 꿈도 못 꾼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경찰은 범죄피해자를 가장 먼저 만나고,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즉각적으로 이뤄진다"며 "이 점을 강조하며 수년째 법무부에 예산 증액을 요청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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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강력범죄 매년 50만건인데…케어요원은 서울에 6명

턱없이 부족한 '인력난'도 허술한 범죄피해자보호제도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낸다.

경찰은 2006년부터 범죄피해심리전문요원(케어요원)으로 구성된 '케어(CARE)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12년간 채용된 케어요원은 총 43명, 실제 활동 중인 요원은 21명뿐이다. 이마저도 서울에 상주하는 케어요원은 단 6명. 나머지는 전국 13개 시·도에 1~3명씩 분산됐다.

4대 강력범죄(살인·강도·절도·폭력)가 한 해 평균 53만여건씩 발생하는 점을 비춰보면 1명의 케어요원이 2만5000명의 범죄피해자의 심리상담을 감당해야 셈이다.

이에 경찰은 올해부터 2022년까지 케어요원을 200명으로 늘리기로 했지만, 채용된 케어요원이 정식 활동을 하기까지 기본교육과 지구대·파출소·경찰서 의무복무 등 약 1년6개월의 준비기간이 걸려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경찰은 구멍 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위기개입상담관' 41명을 채용했지만, 전문가들은 "모든 피해자의 심리상담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결국 범죄피해자보호는 선별적으로 이뤄진다. '선택' 받지 못한 피해자는 스스로를 구제해야한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피해자를 지원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지원대상이 되지 못한 피해자가 직접 범피센터를 찾기도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놨다.

국내 범죄피해 상담 일인자로 손꼽히는 안민숙 한국피해자지원협회 상담국장은 "범죄 가해자의 처벌과 교정에 투입되는 예산은 연간 2조원인데 정작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기금은 5% 수준인 1000억원에 불과하다"며 "피해자보호기금 자체를 증액하고, 경찰에 책정되는 예산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경찰과 검찰(법무부), 여성가족부마다 범죄피해자를 지원하는 영역과 한계가 서로 다르다"며 "범죄 직후부터 피해자를 만나 신뢰를 형성하고 심리치료와 경제지원, 법률상담까지 쭉 함께해 줄 수 있는 민간단체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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