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보험업계, 첫 블라인드 채용 돌입

보험업계도 올해 하반기 처음으로 학력이나 연령 등에 제한을 두지 않는 블라인드 방식의 열린 채용을 도입했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취업 기회를 준다는 취지지만 변별력이 사라지고 면접 의존도가 높아져 업권 특성에 적합한 인력을 뽑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주요 보험사들은 최근 하반기 공채 전형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등은 30~50명가량, 교보생명과 삼성화재 등은 이보다 많은 100명 내외를 선발할 계획이다.

은행권이 잇달아 채용비리 의혹에 휩싸여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만들자 금융당국은 보험 등 타 금융권에도 모범규준을 마련하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지난 8월 ‘지원자의 성별, 연령, 출신학교, 출신지, 신체조건(장애여부 포함) 등 지원자의 역량과 무관한 요소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의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마련했다.

이번 하반기 공채의 가장 큰 특징은 모범규준에 따른 블라인드 방식의 서류 심사 및 면접 도입이다. 서류 심사는 자기소개서를 중심으로 이뤄지며 면접 시에도 면접관에게 개인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 또 성별, 나이, 학교, 지역, 가족사항 등은 질문할 수 없다. 특정 업무에 한해 전공 정도는 확인할 수 있다.

첫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보험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구직자에게 공정한 취업 기회를 주고 채용과정에서 임직원의 불필요한 개입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업권 특성에 맞는 채용을 위해선 검증 절차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객관적인 검증이 불가능한 자기소개서와 30분 남짓한 대면면접만으로 수십년간 함께 일할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관상쟁이나 점쟁이를 인사담당자에 앉혀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보험업권에도 필기시험이 부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보험사 대부분은 과거 필기전형을 진행했으나 성적 중심의 채용에서 벗어나 다양한 채용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취지에서 5~6년 전부터 필기시험을 중단했다. 현재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삼성금융계열사만 그룹 차원의 필기시험인 직무적성검사(GSAT)를 치른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은 개인의 신용이나 금전과 밀접하기 때문에 업무 성격에 따라 전공이나 학력 등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분야가 있다”며 “보험도 고유 업무의 특성이 강한 산업이기 때문에 지원자 간 변별력을 높여 적합한 인력을 뽑기 위해서는 결국 은행처럼 필기시험을 부활하거나 다른 검증 절차가 생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