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에서 신간 판매한 온라인서점의 ‘꼼수’…12월부터 “꼼짝마”

예스24 중고서점 목동점(왼쪽)과 알라딘의 중고서점 종로점 내부모습. /사진 출처=각 사 홈페이지

온라인 서점 예스24는 1년여 전 부산에서 작가 초청 행사를 진행하면서 신간을 판매하려 했다가 동반성장위원회로부터 권고사항 위반에 해당한다며 지도를 받았다.


앞서 온라인서점인 인터파크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지난 9일 찾은 서울 중구 명동성당 복합문화시설 '1898광장' 지하 1층에 위치한 '인터파크 북앤샵'. 매장 한쪽에는 커피전문점이, 맞은 편엔 중고서적을 판매하는 작은 코너가 마련돼 있었다.

이외에는 신간 코너로 매장이 꾸려졌다. 일반 대형 오프라인서점과 다를 게 없는 신간 위주 판매형태가 자리 잡으면서 처음 문을 열 당시 내세운 중고서점의 모습은 일부 코너에서만 만나볼 수 있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이하 한국서련) 관계자는 "'인터파크 북앤샵' 명동성당점은 문을 열 당시 대여점으로만 하겠다고 했는데 기계(키오스크)를 갖다놓고 손님들이 직접 사는 형태로 운영했다가 동반위에서 지도를 받았다"면서 "인터파크 측은 운영주체가 계열사가 아니라고 하는데 직원들은 인터파크 명찰을 달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동반위 지도를 받은 후 매장을 직접 운영하지 않으며 로고의 경우 현재 인터파크가 북앤샵 내 카페와 MD숍은 운영대행을 맡고 있다"며 "당초 중고서적 대여점에서 시작한 부분도 있고 보다 효과적인 홍보 차원에서 로고는 지속하는 걸로 협의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서점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일반적으로 출간 6개월 미만의 ‘새책’을 팔 수 없다. 서점업에 대한 신규 진출을 제한해 동네 책방 등을 살리자는 게 취지다.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서적 및 잡지류 소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이하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2016년 2월 재지정을 통해 기간을 3년 더 연장함에 따라 2019년 2월 말까지 중소 이외 기업은 서점업에 대한 신규 진입을 자제해야 했다.

다시 말하면,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도서 같은 온라인 서점은 ‘법률 해석’에 따르면 ‘대기업’에 속하고, 이에 따라 오프 매장에서 ‘새책’을 팔 수 없으며 매장을 운영하려면 중고 서적만 팔아야 한다는 의미다. 중고서점은 ‘서점업’이 아니라 ‘고물상’으로 등록되기 때문에 중기적합업종에 해당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중기적합업종 지정은 강제성을 띠지 않아 법적 구속력이 적었다. 한국서련에 따르면 알라딘의 경우도 독립서점에서 신간을 판매하려다 지도를 받는 등 온라인 서점의 신간 판매는 부지불식간 이뤄졌다.

하지만 오는 12월부터는 온라인서점의 이 같은 ‘꼼수’가 전혀 통하지 않을 예정이다. 중소기업계가 그간 법제화하려는 노력으로 마련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이 12월 시행되기 때문.

서울 중구 명동성당 복합문화시설 '1989광장'에 위치한 '인터파크 북앤샵' 모습. 신간 위주로 구성됐으며 매장 한쪽에 중고서적 코너가 마련돼 있다(오른쪽). /사진=황희정 기자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앞으로 5년간 대기업은 해당 사업을 인수·개시·확장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시정명령을 받고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위반행위 관련 매출액의 5% 내에서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그간 온라인서점들은 헌책방의 입지를 축소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매장에 적극적 진출을 도모해왔다. ‘신간’만 팔지 못했을 뿐, 어떤 서점보다 화려하게 꾸며 ‘새책을 파는’ 분위기를 조성해온 것. 무엇보다 중고서적 매장을 발판삼아 ‘일반 서점’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중기적합업종 진출을 자제하라는 '권고' 사항을 어기고 신간을 판매하기도 했다.

12월 법이 시행되면 온라인서점을 제외하고 중기적합업종 중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을 받아 심의위원회에 추천한다. 한국서련은 기존 서점업에 대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신청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점업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지면 서점의 대기업으로 통하는 온라인서점의 ‘신간 판매’에 대한 제재도 효과를 볼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온라인서점의 한 관계자는 “법적 제재가 강화하는 만큼 추후에 새 책을 팔 계획이 전혀 없다”며 “중고서점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이 아니어서 특별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