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다시 오를까… OPEC 내년 감산 시사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국제 유가가 약세장에 진입한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내년부터 원유 생산량을 줄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공급 과잉으로 국제 유가가 하락하는 만큼 수급 조정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산업에너지·광물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회원 주요 산유국의 장관급 공동점검위원회(JMMC)에서 "계절적 요인 등으로 사우디 원유 수요가 줄고 있다"며 다음 달부터 하루 최대 50만배럴가량 원유 수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OPEC의 맏형 격인 사우디는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원유 증산을 추진했다. 이란 제재와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제 유가 안정을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에 원유 생산량을 하루 100만배럴까지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미 중간선거가 끝나고 미국이 이란산 원유를 주로 수입하는 일부 국가에 제재 적용을 면제하면서 수요 감소 전망이 나오자 급히 감산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국제 유가 급락도 사우디의 방향 전환에 큰 영향을 끼쳤다. 국제 원유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달에만 20% 넘게 급락하며 한때 배럴당 60달러 선이 붕괴했다.

다른 산유국도 감산 필요성에 동감하고 있다. 무함마드 빈 하마드 알루미 오만 석유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산유국 사이에) 내년 원유 시장이 공급 과잉에 빠질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다"면서 "아마도 다음 달 산유국 회의에서 다들 감산에 동의할 것"이라고 했다. 수하일 알마즈루이 에미레이트 석유장관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감산이든 어떤 다른 계획이든 원유 생산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모든 산유국이 감산에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세계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가 아직 의견을 결정하지 못했다. 러시아의 원유 생산 원가는 배럴당 44달러 정도로 현재 우랄산 원유 가격이 배럴당 68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증산 여력이 충분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는 내년 초까지 원유 생산량을 하루 30만배럴 늘리는 것이 목표"라며 사우디와 러시아가 석유 정책에서 불협화음을 내게 됐다고 분석했다.

주요 산유국의 감산 조짐에 하락하던 국제 유가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WTI는 이날 장중 한때 1.3% 오른 배럴당 60.97달러에 거래됐다. 유럽 북해산 브렌트유도 1%가량 뛴 배럴당 70.88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