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법제처 내년 예산안 제동…野 "법령해석국 예산 정치적"

김외숙 법제처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2일 소관 기관에 대한 내년도 예산안 심사 중 법제처 예산 편성을 놓고 충돌했다.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 여부에 대한 법제처의 법령해석을 놓고 여야가 계속 대립하는 가운데 야권은 법령해석심의위원회 명단을 공개해야 예산 심사가 가능하다며 법제처 예산안에 제동을 걸었다. 김외숙 법제처장은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처장은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법령해석심의위원회 명단 공개를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주문에 "2015년 이후부터는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그 무렵 위원 전체를 상대로 로비해 공정성 침해가 우려되는 사건이 있어 그 때부터 엄격하게 비공개를 했다"며 "위원들에게 공개 동의서도 받지 않는 상태로 운영돼 왔다"고 설명했다.

야당 의원들이 명단 공개를 하지 않으면 예산을 편성 않겠다고 하자 김 처장은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 사실상 조직을 폐지하는 것 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명단 공개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운영을 개선해 가급적 빨리 공정성과 투명성을 유지하겠다고 말씀 드렸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법제처의 법령해석국 폐지를 주장하며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예산 삭감을 주장했다.


한국당 법사위 간사 김도읍 의원은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예산은 전액 삭감돼야 한다"며 "법령해석국 예산을 편성할 수 없는 것은 과거 법제처 전례와 달리 지극히 정치적이고 정무적으로 권력의 입김에 의해 법령을 해석하면서 자초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법령해석심의위원 명단을 공개하거나 열람이라도 하자고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예산 심사 못하겠다고 함에도 (김 처장이) 이틀에 걸쳐 버텨냈다"며 "예산을 받지 않더라도 숨기고픈 법령해석 심의위원 명단있다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법제처가 남북군사합의서가 재정적 부담이 없어 비준에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데 대해 문제삼으며 법령해석심의위원회 명단을 공개하라고 촉구해 왔다.

한국당은 이날 국방부가 비무장지대(DMZ) 내 GP(감시초소) 철수와 유해발굴 등 남북군사합의서 이행을 위한 예산 101억원을 편성한 것을 두고 법제처의 법령 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번 국방부 예산안을 보면 101억원 증액 요청을 했다. 제일 큰 덩어리인 남북협력기금을 빼고 그만큼이 드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법제처장은 재정적 부담이 없다고 하는데 국민적 동의를 못 받게끔 방패막이 하는 법제처 법령해석은 폐지돼야하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100억원 정도는 국회 비준 동의가 없어도 되는 것이냐"며 "중대한 재정적 부담의 기준이 뭐냐"고 물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법제처가 법령해석심의위원회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채 의원은 "2015년에는 법령해석심의위원들이 신규 위촉됐다고 사진까지 실어 보도자료를 냈다"며 "법제처가 로비 대상이 될까봐 공개를 안 한다지만 위원들은 스스로 소식지도 낸다"고 지적했다.

법제처 예산안 처리에 제동이 걸리자 여당 의원들은 법사위 소관 전체 예산안 처리가 어려워진다고 우려하며 야당 의원들 주장에 반박햇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련 없는 예산과 연계해 법령해석국을 폐지하는 것은 입법부가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라며 "법제처 전체 예산이 그런 문제점으로 법사위 통과를 못한다고 하면 나머지 부처 전체 예산이 법사위를 통과 못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특정 부분에 대해서만 통과시키고 특정 부분은 징벌적으로 예산 통과 못 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종민 의원도 "101억원이 포함된다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예산 심의를 통해 국회 허락을 받아서 집행되지 않겠느냐"고 반박했다.

법사위는 이날 법제처를 제외한 법무부·대법원·헌법재판소·감사원 등 나머지 소관 기관 예산안만 의결했다. 법제처 예산안은 의결하지 않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회부했다. 소관 상임위에서 의결되지 못한 예산안은 원안대로 예결위 심사를 받는다.

한편 법사위는 이날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행위에 대한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 등 115개 법안을 소위원회로 회부했다.